“추석 명절 선물을 보내려고 했는데, 배송 조회가 안되고 유실될 수 있다고 해서 도로 갖고 가려고요.”
국가전산망 먹통 나흘째인 29일 오전 11시 대전둔산우체국에서 택배를 부치려던 양승희(45)씨는 들고 온 사과 한 상자를 바닥에 내려놨다. 양씨는 “전산망이 거의 정상화됐다고 해서 왔는데 안내를 들으니 불안해서 민간택배로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55)씨는 직원 안내에도 택배를 부쳤다. 김씨는 “신선식품도 아니고 고가의 택배도 아니어서 온 김에 우체국 택배로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둔산우체국에 등기나 택배를 보내기 위해 찾은 이들 중 절반은 발길을 돌렸다. 우체국 직원은 “등기·택배를 보내는 분에게 구두로 설명을 드리고 있는데 신선식품의 경우 아예 받지 않는다”며 “오늘 오전에만 100명 정도 왔다가 절반만 우체국 등기·택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강원도 춘천우체국에선 배송용 상자도 모바일 결제가 되지 않아 시민이 불편을 겪었다. 박모(55)씨는 “모바일 결제 등 디지털화된 것은 아무런 쓸모가 없는 실정이다. 배송용 상자를 사려고 현금을 뽑아야 하는데 너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주민센터를 찾은 시민들도 서류를 떼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경북 안동의 한 주민센터를 찾은 김모(28)씨는 주민센터에서 수령하기로 한 졸업·성적증명서를 받지 못했다. 정부24에서 졸업·성적증명서를 신청, 주민센터에서 수령하기로 돼있었는데 서버 장애로 언제 받을 지 기약없다는 직원의 대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어렵게 합격한 회사에서 추석 명절 전까지 서류를 보내달라고 했는데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서버가 언제 복구될지 몰라 내일 서울에 있는 대학까지 직접 가서 증명서를 받아와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이날 오전 10시 이후부터 신분증 발급 및 재발급, 모바일신분증으로 확인해야 하는 서류를 제외하고는 부동산등기부등본 등 무인발급기 기능은 모두 정상화됐다.
화장장 등 장사시설에서도 시민 민원은 속출하고 있다.
제주도립 장사시설인 제주시 양지공원에는 이날 ‘개장(이장) 유골 화장은 예약할 수 없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내걸렸다. 양지공원은 e-하늘 화장예약시스템으로 개장 유골에 대한 화장 예약을 받아왔지만, 시스템에 장애가 생기면서 기존 예약자를 구두로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양지공원 관계자는 “시스템 운영 중단으로 접속이 불가해 기존 예약자들도 확인되지 않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며 “이날 총 개장 유골 화장 예약자는 30여명인데 일일이 전화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주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불편이 예상되는 분야에서 수기 처리나 신청기한 연장, 대체 창구 안내 등 으로 주민 불편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전남도청 내에 위치한 UPS 배터리를 모두 점검했으나 정상이었다”며 “위기 경보 주의 단계 체계 운영을 통해 직원 2명, 유지보수 3명, 관제 3명이 비상대기 중이며, 상황 관리 및 주요 시스템 모니터링 등 시군 협업 체계를 유지하며 시스템·네트워크 점검을 통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전북도는 실국별 피해 현황을 신속히 집계하고 민원서류 발급, 복지급여, 신고 접수 등 필수 서비스를 중심으로 대응 매뉴얼을 가동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전산망 장애 상황에서도 도민 불편 최소화가 최우선”이라며 “대부분의 서비스는 정상 운영되고 있어 도민들이 어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 명확히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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