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맥주나 소주를 자주 마셨는데, 요즘엔 위스키나 테킬라에 기분 따라 다양한 청량음료를 넣어 즐깁니다.”
“친구들 모두 좋아하는 주류가 달라요. 여기선 다양한 주류를 경험할 수 있어서 즐기러 왔어요. 트렌드가 없는 게 요즘 트렌드 아닐까요.”

주류시장에서 술과 탄산음료, 시럽, 과일 등 여러 재료를 섞어 마시는 ‘믹솔로지(Mixology)’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하이볼’로 대표되는 믹솔로지 칵테일은 알코올 도수가 낮고 달콤해 주량이 약한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과음을 꺼리는 음주 문화와 좋아하는 술을 ‘적게, 자주’ 소비하는 트렌드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지난 25일 찾은 ‘2025 서울바앤스피릿쇼(Seoul Bar & Spirits Show)’에서 믹솔로지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올해 다섯 번째로 열리는 서울 바 앤 스피릿 쇼는 주류산업의 최신 트렌드와 다양한 주종을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주류 박람회다.
올해는 △캄파리코리아 △클라세 아줄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골든블루인터내셔널 △페르노리카코리아 등 주요 글로벌 및 국내 주류 기업을 포함한 311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행사 첫날인 이날은 업계 종사자만 입장이 가능한 ‘비즈니스 데이’로 운영됐지만, 3일권 표를 사면 일반 참관객도 방문할 수 있다.
하이트진로음료 부스에서 만난 20대 관람객 김 모 씨는 “다양한 주류 문화를 한 자리에서 알 수 있어 매년 참석하고 있다”면서 “‘위스키’나 ‘럼’에 진저레몬 탄산수를 섞으면 술도 맛있게 즐길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와 동행한 다른 관람객도 “도수가 높은 술에 탄산을 섞으면 도수가 낮아지고 맛도 더 좋다”며 “현장에서 다양한 하이볼 레시피를 맛볼 수 있어 재밌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홍보 부스를 마련한 하이트진로는 ‘진로토닉워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믹솔로지 레시피를 선보였다. ‘진로 낮카밤바(낮에는 카페, 밤에는 바)’를 콘셉트로, 주류 믹서는 물론 다양한 라인업을 바탕으로 단독으로 마시기에도 적합한 진로토닉워터의 높은 확장성과 제품 응용 레시피를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하이볼 시음 이벤트에서는 자격증을 소지한 관람객을 대상으로 밤바존에서 커티삭, 티토스, 킹 찰스, 야츠보시 진, 르제 크렘 드 카시스 등 프리미엄 주류와 진로토닉워터를 조합한 7종의 하이볼 중 1종에 대한 시음 기회를 했다.

현장에서 만난 하이트진로음료 관계자는 “올해도 하이볼을 중심으로 ‘섞어 마시는’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다. 주류 믹서는 물론, 단독으로 마시기에도 적합한 진로토닉워터를 칵테일 형태로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위스키 업계 1위 골든블루 인터내셔널의 부스도 발 디딜 틈이 없이 긴 줄이 만들어졌다. 골든블루는 행사 기간 오후 2시 타이완 ‘카발란 바(Kavalan Bar)’의 저명한 바텐더 제임스 린과 팀 카발란 1기 바텐더들이 협업한 ‘카발란’ 칵테일을 사전 예약한 인원들을 대상으로 제공해 호응을 얻었다.
특히 오는 8월 이후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맥코넬스 쉐리 캐스크 피니쉬’를 최초 공개했다. 맥코넬스 쉐리 캐스크 피니쉬는 버번 배럴(1st fill)에서 숙성한 원액을 기반으로,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에서 약 1년간 추가 숙성해 완성한 프리미엄 아이리시 위스키다. 현장에서 만난 브랜드 관계자는 “정식 출시 전 현장에서 시음할 수 있어 많은 분들이 현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데킬라 ‘클라세 아줄(Clase Azul)’은 한정판 칵테일을 선보여 애호가들의 호응을 얻었다. 25~26일에는 아시아 칵테일 앰배서더 유지로 키요사키가, 27일에는 유민국 바텐더가 블랑코 아후마도 등으로 만든 한정판 칵테일(각 30잔)을 제공했다. 롯데칠성은 이번 박람회에서 △탐두 △글레고인 △스카치블루 △하이웨스트 △팔리니 등의 주류 브랜드를 시음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한국 최초 싱글몰트 위스키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기원(KI ONE)’ 부스는 대기가 1시간 이상 길어질 정도로 붐볐다. 기원 제품은 지난해 세계 3대 주류품평회에서 잇따라 수상하며 브랜드의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독수리’ , ‘호랑이’, ‘유니콘’을 비롯해 시중에서 볼 수 없던 ‘뉴메이크 스피릿‘을 현장 판매해 참관객들의 관심이 쏠렸다.
캄파리코리아는 이번 행사에서 국내 최초로 부나하벤 한정판 제품을 공개했다. 25일과 26일에는 부나하벤과 블랙보틀의 마스터 블렌더 ‘줄리앤 페르난데스’가 직접 참여하는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했다. 줄리앤 페르난데스는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최연소 여성 마스터 블렌더로 발탁된 후 왕성한 활동을 통해 ‘2022 올해의 마스터 블렌더’, ‘2024 키퍼스 오브 더 퀘이크’ 등 권위 있는 상을 받았다.

한편, ‘믹솔로지(Mixology)’ 문화가 확산하면서 편의점에서 ‘RTD’(Ready To Drink) 형태의 주류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RTD는 바로 마실 수 있는 음료로, 칵테일이나 하이볼처럼 미리 혼합돼 캔이나 병에 담긴 제품을 뜻한다.
마크로밀 엠브레인 구매빅데이터의 구매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최근 1년간(MAT) 편의점에서 판매된 믹솔로지 주류 구매 추정액은 6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동일 기준 구매액이 55억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2년 연속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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