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외동포청이 7월 ‘이달의 재외동포’로 사할린 동포의 귀환 운동을 주도하고 이산가족 상봉 실현에 헌신한 박노학(1914~1988·사진) 전 사할린억류귀환한국인회 회장을 선정했다고 15일 밝혔다.
1914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인 1943년 사할린으로 강제 동원된 박 전 회장은 1945년 해방 후에도 무국적 상태로 사할린에서 억류된 상태로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 일본인과 결혼하고 1958년 일본으로 귀화해 사할린 동포들의 존재를 알리고 이들의 고국 귀환 운동에 평생을 바쳤다. 일본에서 자신의 단칸방을 사무실 삼아 귀환 운동단체인 ‘화태(사할린) 억류귀환한국인회’를 창설한 박 전 회장은 막노동을 해서 번 돈으로 탄원서와 진정서를 작성해 한국과 일본의 관계기관에 제출하는 등 사할린 동포의 귀환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는 가족과 연락이 끊긴 동포들을 위해 그들이 사할린에서 써서 보낸 편지를 한국 가족에게 전달하는 ‘우편배달부’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당시 국교 미수립 상태인 한국과 소련 간 서신 왕래가 불가능했는데, 박 전 회장이 일본에서 편지를 받아 이를 전해준 것이다.
사할린 동포들 사이에서 “박노학에게 부탁하면 가족을 찾아준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편지의 숫자는 급격히 늘어났고, 30여년 동안 박 전 회장 부자(父子)가 전달한 편지는 3만여통에 달한다. 1960년대 중반부터 그는 사할린 동포들의 국적·지역·귀국 희망 형태 등을 기록한 이른바 ‘박노학 명부’를 만들었다. 약 7000명이 수록된 이 명부는 사할린 동포의 귀환 의지를 공식적으로 집계한 최초의 기록물로, 한국과 일본, 소련 3국의 사할린 동포 관련 외교 협상에서 중요한 증거 자료로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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