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선택과 결정의 시간… 농산물도 전략적 판단해야”

美 관세 유예 시한 8월1일… 남은 협상 전망

“한·미 제조업 협력 통해 윈윈 모색
시간 쫓겨 실리 희생 않으려 노력
이젠 본게임… 뭘 주고받을지 협상
알래스카 LNG 자료 요청한 상태”

트럼프 “한국 협상 타결 원한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과 제조업 협력 강화 방침을 강조하며 다음달 1일로 재연장된 25% 상호관세 부과일을 두고 “20여일이 부족한 시간이지만 시간 때문에 실리를 희생하는 결정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차 우리나라를 직접 거론해 “협상을 타결하고 싶어한다”며 “한국은 상당한 관세를 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여 본부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주 방미 결과와 향후 협상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여 본부장은 “새 정부가 출범한 뒤 대내적으로 협상체제를 확대, 일신하고 짧은 시간에도 미국 측 파트너와 실질적인 논의 진전을 봤지만 모든 이슈에 합의를 도출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부터 본 게임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여일 시간이 우리에게 선택과 결정의 시간”이라며 “‘랜딩존’을 찾기 위해 주고받는 협상을 본격화할 때”라고 설명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미 통상협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과 발언이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는 다음달 1일에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열어두고 있다. 여 본부장은 취임한 뒤 줄곧 한·미 협상을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 기회’라고 강조해 왔다. 여 본부장은 “상호관세 및 품목관세는 우리에게 매우 불합리한 대우인 반면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은 ‘제로섬’ 협상을 양측이 모두 이득을 보는 ‘포지티브섬’으로 바꾸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라며 “실용주의적으로 국익 극대화 관점에서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여 본부장은 “미국이 가장 협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에 몰려 있다”고 했다. 다만 미국이 무역적자를 구조적으로 줄이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상황에서 제조업 협력이 얼마나 즉각적인 대미 무역흑자 감축 효과를 보일지에 대해 일각에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렇더라도 여 본부장은 시간에 쫓겨 실리를 놓치는 선택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20여일 동안 모든 세부내용이 담긴 협정을 만들기에는 부족하지만 큰 틀에서 합의는 가능하다”고 했다. 협상 타결이 지연된 이유에 대해 “미국이 우리와 제조업 협력이 흡족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무리하게 타결하지 않고 내실을 충실히 다져 협상하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 협력 강화에도 수입시장 확대는 불가피하다. 여 본부장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은 기초자료를 요청하고 협의 중이며 농산물 시장 개방은 어느 통상협상이든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전략적으로 판단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밝혀 농축산물 수입 확대 정책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여준 EU 특사단장 출국 윤여준 유럽연합(EU) 특사단장(가운데)과 EU 특사단인 더불어민주당 전현희(오른쪽), 손명수 의원이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벨기에로 출국하고 있다. EU 특사단은 이날 출국해 EU 이사회 및 유럽의회 주요 인사들을 만나 한·EU 간 협력 확대 의지를 전달한 뒤 17일 귀국할 예정이다.
인천공항=뉴시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서한을 보내고, 유럽연합(EU), 브라질 등에 상호관세율을 더 높인 뒤로도 연일 관세 압박을 지속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EU는 그들 나라를 개방하고 싶어 한다”며 “일본은 시장을 개방하는 정도가 훨씬 덜 하지만 그들 모두 자기 방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급을 삼가겠다”며 말을 아꼈다. 일본 정부 부대변인인 다치바나 게이이치로 관방 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계속해서 일본과 미국 간 협의를 지속해 국익을 지키면서 쌍방의 이익이 되는 합의의 가능성을 정력적으로 찾아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20일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부와 여당이 미국 측에 양보하는 안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세종=박유빈 기자, 임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