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관계 가시이자 부담” 메시지
印 외교 5년 만에 訪中… 압박 나서
교류 활성화 흐름 속 새 변수 부상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중국, 인도 관계에 새로운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경 분쟁 등으로 갈등을 이어오던 중국, 인도가 외교, 국방 분야 교류로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가운데 인도에 자리 잡은 달라이 라마의 티베트 망명정부를 중국 정부가 걸림돌로 지목한 데 따른 것이다.
14일 위징 주인도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최근 인도의 일부 정치·학계 인사들이 달라이 라마 환생 문제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하고 있다”며 “시짱(티베트) 문제는 중·인도 관계의 가시이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짱과 관련한 사안은 민감한 문제로, 인도 측은 이를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면서 “달라이 라마의 환생과 승계 문제는 전적으로 중국의 내정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티베트 불교는 최고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사망하면 어린아이로 환생한다고 믿으며 이 아이를 찾아 후임자로 정한다. 현재 14대 달라이 라마도 1940년 5살에 환생한 달라이 라마로 정해졌다. 인도 다람살라에 세운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끄는 달라이 라마는 최근 자신의 90세 생일을 앞두고 “환생 결정은 나의 사무실에만 권한이 있으며 외부의 간섭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중국 정부는 자신들이 후계자 승인 권한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도 외교부는 환생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달라이 라마의 90세 생일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반응을 보이자 중국이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 대변인의 메시지는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의 중국 방문 중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환구시보·힌두스탄타임스 등에 따르면 자이샨카르 장관은 전날 싱가포르 방문을 마치고 중국 베이징에 도착, 15일 톈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의 양자 회담도 계획돼 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양국 직항 노선 회복 등이 합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하며 달라이 라마의 후임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에는 라즈나트 싱 인도 국방장관이 중국에서 열린 SCO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해 둥쥔 중국 국방장관과 만나 국경분쟁의 영구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도 외교장관의 중국 방문은 2020년 6월 양국 국경 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한 지 5년여 만이다. 세계 인구 순위 1·2위인 인도와 중국은 1962년 국경 문제로 전쟁까지 치렀지만 여전히 국경선을 확정하지 못한 채 3488㎞에 이르는 실질통제선(LAC)을 사이에 두고 대립하고 있다. 2020년 국경 분쟁지인 히말라야 라다크에서 양국 군대 간 유혈 충돌이 벌어져 인도군 20명, 중국군 4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후 양국 관계가 60년 만에 최악 수준으로 경색됐지만 지난해 10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모디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첸펑 칭화대 국가전략연구원 연구원은 자이샨카르 장관의 중국 방문을 관계 개선의 중요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또 8∼9월 중 중국에서 열리는 SCO 정상회의에 모디 총리가 참석 예정인 만큼 이를 위한 준비 작업의 성격을 가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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