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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생계비 신청했지만…’ 생활고 비관 대전 母子 사망… 30여일 만에 뒤늦게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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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4 16:30:15 수정 : 2025-07-14 17:43:15
대전=강은선 기자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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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서 60대와 30대 모자(母子)가 숨진 지 한달 여만에 발견됐다. 집 안에서 단전·단수를 알리는 예고장과 관리비 독촉장이 다수 발견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14일 대전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4시쯤 서구 관저동의 한 아파트에서 모자 관계인 여성 A(60)씨와 남성 B(38)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이날 순찰 중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시신이 부패한 냄새라고 판단해 강제로 문을 열어 집 방안에서 사망한 A씨와 B씨를 확인했다.  

 

생활고로 사망한 모자가 거주한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강은선 기자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와 심하게 부패한 시신 상태 등을 토대로 모자가 지난달 중순에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달 16일 이후 모자가 외출하거나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은 없다고 경찰은 밝혔다. 부검 결과 타살흔이나 저항흔도 없었다. 경찰은 A씨 휴대폰에 자살 도구 등을 검색한 것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특별한 직업이 없었던 모자는 아파트 관리비를 수개월간 밀리는 등 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시신 발견 당시 집에는 단전 및 단수를 알리는 독촉장 등 관련 우편물이 있었다. 아파트 관리비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78만여원 정도 체납했는데 카드 자동이체가 중단되면서 연체된 것으로 추정된다. 관리비 체납으로 단전·단수 예고장이 날아오자 A씨는 지난 5월 주민센터에 긴급생계지원금을 신청했다. 주민센터는 A씨에 5월8일, 6월5일, 7월8일 세 차례 각각 120만5000원씩 지급했다. 통상 긴급생계지원금은 최대 3개월까지만 지급된다. 

 

A씨는 지난달 10일 긴급생계비로 밀린 아파트 관리비 30여만원을 납부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A씨가 아파트 관리비를 연체한 건 올해 처음이었다”며 “카드자동이체가 끊기면서 관리비 납부도 안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지난달 중순 카드사는 2800여만원의 카드대금 연체를 이유로 아파트에 가압류를 걸었다.  

 

이웃주민들도 경찰이 출동하기 전까지는 상황을 몰랐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A씨 양쪽 옆집이 모두 비어있는 상태였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A씨 집이 복도형 아파트 끝쪽에 있는데 양쪽 옆집이 마침 임대 등의 사정으로 거주자가 없거나 거주자가 집을 비운 상황이었다. 이웃주민들이 어떤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라며 “여름이다 보니 냄새가 나도 딱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대전=강은선 기자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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