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쌀값이 올 6월 들어 작년 대비 두 배로 폭등했다. 일본의 연호를 딴 이른바 ‘레이와 쌀 파동’이 벌어진 것이다. 일본 당국은 쌀 생산량(679만t)이 전년보다 18만t 늘었다고 발표했으나, 오히려 품귀현상이 일고 가격이 급등했다. 급기야 일본 정부는 비축미(23만t)를 긴급방출하고 매년 무관세로 의무 수입하는 최소시장접근물량(MMA, 77만t)을 앞당겨 들여오는 등 쌀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와 일본은 벼 생육여건과 영농실태 등이 매우 흡사하다. 일본의 쌀값 폭등을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 쌀 농정방향을 재설정해야 하겠다.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언한다.

첫째, 쌀 감산정책의 대전환이 요청된다. 일본은 1970년, 우리는 2010년부터 쌀 감산정책을 시행해 왔다. 벼 재배 농지를 다른 용도로 전용하거나 타 작물(콩, 보리 등)을 재배하게 하여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편 것이다. 그 결과 재배 면적이 일본은 1969년 대비 약 61%, 우리도 2009년 대비 약 24% 감소했다. 쌀 생산능력 자체의 저하, 수요 대비 공급 부족을 낳는 쌀 감산정책은 이제 끝내야 한다.
둘째, 양곡관리법 개정이 요구된다. 현재 97만 농가가 국민 5200만명에게 쌀을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전체 농가의 74%가 1ha 미만 농지를 경작하고, 연 매출 1000만원 미만 농가가 65%이며, 1억원 이상 농가는 4%에 불과하다. 쌀 영농의 규모화가 긴요하지만 구조적으로 어려운 실정에 초과하는 쌀의 의무 매입과 가격 보전의 양곡관리법 개정은 영세농민도 함께 더불어 잘 살도록 하는 조치다.
이재명 대통령은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공정성장’의 문을 열어야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하고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은 농업 부문의 ‘공정성장’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수출시장 개척이 필요하다. 쌀 수출이 한류 열풍 등에 힘입어 작년에 3만9000t을 기록했다. 올해는 증가세가 더욱 가속화되어 5월까지 7만8000t(멥쌀)에 달했다. 수출국도 매년 늘어 튀르키예, 미국, 중국 등 48개국에 달한다. 쌀 수출로 남는 쌀의 보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흉작으로 공급이 달리면 이를 내수로 충당하면 된다.
넷째, 기후변화에 대응한 쌀 식량 안보가 절실하다. 올해 일본의 쌀값 폭등도 2023년 이래 연이은 두 해의 고온과 폭염 탓이 크다.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는 쌀 생산에 치명적이다. 인디카(안남미) 말고 우리가 먹는 자포니카 쌀은 식량 부족국가인 중국, 일본, 대만 등 몇 개국에서만 생산된다. 언젠간 닥칠 식량 위기에 직면하면 쌀 수입도 쉽지 않다.
한민족에게 쌀은 주식이자 생명산업인 농업의 근간이다. 농지 전용과 벼 재배 감축 면적 할당 등의 감산정책은 이제 재고되어야 한다. 양곡관리법을 조속히 개정하여 초과수요 쌀을 정부가 제때 적정가격으로 수매하여 쌀값 하락으로 시름에 젖은 농심을 안아 주는 것이 지속가능한 농업보호이고 농민복지다.
식량 주권 확보와 식량 안보 강화를 위해 충분한 쌀을 상시 비축하고, K푸드 인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잉여 쌀과 쌀 가공식품을 수출해야 한다. 남북교류협력 국면이 열리면 북한 동포에게 쌀을 제공할 수도 있다. 올해 일본의 쌀값 폭등을 보며, 이를 엄중한 경고로 삼고 우리 쌀 농정시책을 재설정하길 바란다.
김영일 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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