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우측 윗배 통증 등 땐 ‘주의’
아이가 복통을 호소할 때는 대부분 장염에 걸렸을 때다. 식중독 등으로 인해 갑자기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 대부분 일주일이면 회복된다.
문제는 몇 달째 아이의 복통이 이어지는 ‘만성 복통’이다. 통증이 장기간 지속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고, 부모는 큰 병이 아닐까 걱정하게 된다.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최호정 교수는 “4∼16세 소아의 만성 복통은 열 명 중 한 명, 많게는 두 명에서 존재하는 흔한 증상”이라고 말한다.
즉각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급성 복통과 다르게, 만성 복통은 복통이 최소 2개월 이상 지속·반복하고, 정상적인 활동에 영향을 주는 경우를 말한다.
소아에게 만성 복통의 85∼90%는 병이 아닌 ‘기능성 복통’이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장이 과민 반응하거나 장 운동이 미숙해서 발생하는 기능 장애라는 의미다.
장에서 발생한 정상적인 자극을 뇌로 가는 신호가 잘못되면서 병이 없는데도 통증으로 인지하기도 한다. 예컨대 위장관염을 앓은 후 만성 복통이 시작되는 경우가 흔한데, 최초 유발 요인이었던 감염이 완전히 나은 뒤에도 위장관염으로 발생한 신경학적인 과민성 때문에 만성적인 통증이 지속하기도 한다. 즉 병이 없는 정상적인 장에서도 통증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소아의 만성 복통은 동반된 증상들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데, 그중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중요한 ‘경고 증상’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최 교수가 지적한 경고 증상은 △복통이 낮뿐 아니라 밤에도 발생해 잠에서 깰 때 △지속적인 우측 윗배 통증(간담도계 질환 가능성) △오른쪽 아랫배 통증(급성 맹장염 가능성) △녹색 담즙이 섞인 구토가 있거나 발열 장기 동반 시 △빈뇨·혈뇨·잔뇨 등 배뇨증상 △만성적인 심한 설사와 혈변 △체중감소나 성장 속도 둔화 △위장관 염증 질환이나 소화기질환의 가족력이 있을 때 등이다.
만성 복통 치료는 원인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음식 과민 위장관 질환, 만성 변비, 만성 감염 등 원인에 따라 약물치료와 함께 원인 음식과 생활습관, 항생제·제균 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최 교수는 “과거에는 기본적인 혈액검사나 영상검사, 소아 내시경이 쉽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의학기술의 발달로 장에 염증이 있을 가능성을 판단하고 다음 검사로 나아갈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혈액검사와 대변검사(칼프로텍틴·calprotectin) 등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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