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사시대부터 신라시대에 걸쳐 새겨진 바위그림인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문화유산이 됐다.
울산시는 13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47차 회의에서 한국의 두 암각화를 세계유산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한반도 선사 문화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반구천 일대 약 3㎞ 구간에 있는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모두 포함해 일컫는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대한민국 16번째 세계유산으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유산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프랑스 세계유산위원회 현장에서 “반구천의 암각화는 울산의 자랑이자, 한반도 선사문화를 대표하는 귀중한 유산”이라며 “이제 울산은 세계유산을 품은 문화도시답게 유산을 잘 보존하고 가치를 널리 알리면서 울산의 문화 경쟁력을 높이고 문화관광 기반도 제대로 다지겠다”고 밝혔다. 울산 지역사회도 일제히 ‘반구천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환영’ 현수막을 내거는 등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시민 이모(70·울산 남구 신정2동)씨는 “울산과 대한민국의 자랑인 문화유산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아 뿌듯하다”면서 “소중한 문화유산이 훼손되지 않고 보존돼 후대에도 암각화가 잘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많은 비가 올 때마다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문제와 울산시민들의 식수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반구천 암각화 중 ‘반구대암각화’는 대곡천 내 사연댐 저수구역 안에 있다. 바위그림이 자리한 곳은 사연댐 수위 53~57m 구간이다. 수위가 53m를 넘으면 물에 잠기기 시작한다.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 발견됐고, 사연댐은 그보다 앞선 1965년 지어졌다. 울산시와 한국수자원공사는 대곡천의 물을 하루 24만t씩 공업용수로 빼내고 있다. 16만5000t은 천상정수장으로 보낸다. 반구대 암각화를 물에서 건지기 위해서다.
그러나 태풍 등으로 많은 비가 한 번에 내릴 때엔 반구대 암각화 침수 문제를 막을 도리가 없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암각화가 물에 잠긴 날은 연평균 42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는 655억원을 투입해 사연댐 여수로에 수문 3개를 만드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기본·실시설계가 진행 중이며 내년 하반기 착공해 2030년 준공될 예정이다.
단순히 반구대암각화만 보존하려면 댐 수위를 낮추면 되지만, 댐 수위를 낮추면 울산지역 생활 용수 부족 문제가 생긴다. 예상 용수 공급량은 하루 13만1000t. 계획량 18만t과 비교하면 4만9000t이 줄어들게 된다. 수문을 통해 일시적으로 방류량이 늘어날 경우엔 울산 태화강 하류의 수위가 약 2㎝ 상승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새 식수원을 찾는 문제 역시 최근 지자체별 의견이 달라져 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하루 빨리 대구·경북지역 물 문제가 합의돼 울산의 생활용수 확보 문제도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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