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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수술 부친 퇴원하자마자 29억 증여 계약 강요한 3남매

입력 : 2025-07-13 13:30:34 수정 : 2025-07-13 15:35:40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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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사회질서 반해 무효"

A씨는 2023년 심장 수술을 받았다. B씨 등 자녀 3명은 퇴원한 A씨를 찾아가 아파트 매도 금액을 즉시 증여하라는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이후 A씨는 “심장 수술을 받고 퇴원해 절대 안정이 필요한 자신에게 집요하게 증여를 요구해 불가피하게 이 사건 증여계약서를 작성한 것”이라며 무효라고 주장했다.

 

증여 계약서를 작성한 아버지와 자녀의 다툼에서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자식으로서 도리를 벗어난 행동’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자녀들이 심장 수술 후 요양 중인 아버지에게 재산 증여계약서를 작성하게 한 것은 강압에 의한 계약으로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14부(문현호 부장판사)는 원고 B씨 등 3명이 A씨를 상대로 낸 ‘증여 계약에 따른 금원 지급’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법원은 증여 계약이 체결 경위, 동기, 목적 등이 사회질서에 반해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친이 심장 수술을 받고 퇴원한 뒤 12시간 동안 안정과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자녀들로부터 재산 증여 계약 요구를 받았다”며 “수술 후 상당한 신체적 부담이 있었고, 진통제 등 복용하는 약물로 인해 의식도 명료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그러면서 “새벽 1시쯤 이 사건 증여계약서에 날인을 한 점을 고려하면 자녀들은 부친의 건강 상태가 취약한 시점을 이용해 강압적으로 증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사건 계약은 작성 경위, 내용 등을 볼 때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 것으로 무효”라고 밝혔다.

 

이어 “A씨의 직원을 불러내 전 재산을 조사하기도 했는데 자녀가 부모의 재산 내역을 확인하고 차명재산을 조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증여 계약 체결 과정에서 자식으로서 도리를 벗어난 원고들의 비정상적인 행동이 부친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덧붙였다.

 

앞서 B씨 등은 2023년 4월 부친 A씨에게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남긴 아파트에 다른 여성과 살면 안 된다며, 같이 살려면 아파트를 3남매에 나눠주라고 요구했다. 자녀들은  A씨 회사 직원들을 불러 재산 내역 및 차명재산 여부도 확인했다. 

 

12시간 동안 시달리던 A씨는 이튿날 오전 1시쯤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계약서에는 2023년 7월까지 아파트를 매도한 뒤 매도 금액을 자녀에게 즉시 증여하고 차명재산 등 그 외 재산이 1원이라도 있을 경우 그 사실을 안 날부터 일주일 내 전 재산을 증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자녀들은 해당 아파트가 돌아가신 어머니 상속분이 포함돼 있는데,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 대금이 동거녀에게 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원법원종합청사 전경. 뉴시스

 

A씨는 계약 체결 후 해당 아파트를 29억원에 매각한 뒤 이 중 18억원으로 다른 오피스텔를 샀다. 이 오피스텔은 자녀들을 수익자로 하는 유언대용신탁을 했다.

 

B씨 등은 증여 계약대로 아파트를 매도하고 취득한 매매대금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A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이 사건 증여 계약은 의사 무능력 상태에서 체결된 것이므로 무효”라고 반박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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