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전 국방장관, 고창준 육참총장 직대·유가족 등 참석
참석자들, 입 모아 “백 장군의 투철한 군인 정신 기리자”
70여 년 전 대한민국이 위기에 빠졌을 때 나라를 굳게 지킨 백선엽 장군을 기리는 5주기 추모식이 지난 10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대한민국 육군과 백선엽장군기념재단 공동주관으로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유가족인 백 장군의 장녀 백남희 여사, 고창준 육군참모총장 직무대리, 김관진 백선엽장군기념재단 이사장, 김학흥 경북도 부지사, 김재욱 칠곡군수, 김봉수(중장) 제2작전사령관 직무대리, 진 H. 박(미 육군준장) 제19지원사령관, 박형수 다부동전투구국용사회장, 권영해 국가원로회의 고문, 정승조 한미동맹재단 명예회장 등 주요 안보 단체 관계자와 역대 합참의장·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추모식이 열린 다부동은 6·25전쟁 당시 백선엽 장군이 제1사단으로 재직하면서 북한군 3개 사단의 공격을 물리치고 낙동강 전선을 사수한 곳이다. 1950년 8월 가장 위험했던 낙동강 방어선에서 미 8군사령관 워커(Wolton H. Walker) 장군은 “Stand or Die!”를 외치며 전선을 독려했다. 백선엽 장군은 대한민국이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의 순간에 북한군 3개 사단의 공격을 막아내고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인천상륙작전과 함께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백선엽 장군은 평양 최초 입성에서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했으며, 군단장 재직 시는 미군의 함포지원을 받아 열세한 전투력을 극복하고 전투에서 승리한 영웅이었다.
행사 참석자들은 다부동구국용사충혼비에서 헌화와 분향하며 백 장군과 호국영령의 넋을 기렸다. 고인의 뜻을 되새기며 참전용사들이 다같이 힘차게 부른 군가 ‘전우야 잘 자라’는 다부동 골짜기에 울려 퍼졌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원한이야 피에 맺힌 적군을 무찌르고서 꽃잎처럼 떨어져간 전우야 잘자라. (중략) 화랑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야! ”

고창준 육군참모총장 직무대리는 환영사에서 “위기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으셨던 백선엽 장군님의 숭고한 희생과 투철한 군인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겠다”며 “다시는 전쟁의 참화를 겪지 않도록 강군을 육성하는 것이 백 장군님을 비롯한 순국선열의 헌신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관진 백선엽장군기념재단 이사장은 “백선엽 장군님은 북괴군 대비 4대1의 병력 열세를 극복하며 미 제27연대와 연합작전으로 최대의 위기를 극복했다. 국군 1사단 일부 병력이 후퇴하자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라는 피맺힌 절규로 병사들을 독려해 후퇴하던 고지를 다시 점령해 전기를 마련했다”며 백 장군의 업적을 기렸다.
백 장군의 장녀 백남희 여사는 “아버지는 1129일 동안 전우들과 함께하셨다. 살아생전에 6·25전쟁의 진정한 영웅은 나와 함께한 그 전우들이라고 말씀하셨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함께 싸웠던 제1사단 장병들은 아버지를 ‘사단장님’으로, 저를 ‘사단장님의 딸’로 부른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참석자 중에는 백선엽 장군이 지휘한 제1사단의 장병들도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96세의 학도병 출신 당시 이하영 하사는 “전쟁영웅이신 우리 사단장님과 함께 싸웠던 전우들을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마다치 않고 참석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한미안보연구회 장삼열 사무총장은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진행형이다. 휴전선 너머에는 아직도 적화 야욕의 망상을 버리지 못하고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북한이 있다.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린 ‘6·25전쟁’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미래의 희망인 다음 세대가 6·25전쟁을 ‘잊힌 전쟁’이 아닌 ‘승리한 전쟁’으로 바로 알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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