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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판화 작가 강승희 ‘새벽, 여백을 열다’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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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1 17:29:21 수정 : 2025-07-11 17:29:21
박태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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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판화의 대가’ 강승희 작가가 ‘새벽, 여백을 열다’를 주제로 16일부터 서울 종로구 인사동 노화랑에서 개인전을 연다. 새벽의 고요한 풍경과 여백이 주는 사색을 담아낸 판화 신작들을 선보이는 자리다.

 

새벽-22512,  30x45cm, Aquatint Etching, 2025

칠흑 같은 깊이 속에 강 작가가 일관되게 천착해온 새벽의 빛깔을, 어쩌면 새벽의 하늘빛 같고 물빛 같은 파르스름한 색깔의 기미를 포함한 그만의 동판화를 선보인다. 그는 자신이 사용하는 붓이며 니들과 같은 도구를 직접 제작해 사용하는데, 자신이 만든 니들을 찍어 무수한 점을 만드는 방법으로 음영을 표현하고 원근을 표현하고 질감을 표현한다. 그렇게 형상화된 산세 표현이 미점산수를 떠올리게 한다. 새김질한 그림을 찍어낸 그림(그러므로 간접회화)이 판화임을 생각한다면, 반면 붓으로 직접 그린(그러므로 직접 회화) 수묵화와의 다름과 차이를 생각한다면, 이처럼 수묵화와 같은 분위기의 판화에는 남다른 부분이 없을 수가 없다. 강 작가의 판화는 그만의 독창성이 있다. 붓으로 그린 그림에 비해 새김질하고 찍어낸 그림이 상대적으로 표현의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생각하면 결코 쉽지 않다. 관건은 판화의 장르적 특수성을 견지하면서, 동시에 붓으로 그린 그림에서처럼 표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자재할 것인가인데, 강 작가는 그 방법을 찾아냈다.

 

강 작가가 판화를 제작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많은 경우 무려 150회에 달하는 반복 에칭(딥에칭)을 통해서, 한 작품을 만드는데 보통 3개월 이상씩 걸렸다. 이 과정을 통해서 레이어가 총총한, 섬세한 레이어가 화면에 음영을 만들고 깊이를 만드는 그림(판화)으로 국내외 각종 유명 수상을 휩쓸었다. 판화 교수법이 미처 마련되지도 않았던 열악한 시절 얘기다. 이후 작가는 드라이포인트에 매료됐고, 최근에는 방부 막을 만드는 그라운드로 그림을 그리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냈다. 회화와 판화의 경계를 허무는, 소위 회화적인 판화를 실현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새벽-22531,  30x45cm, Aquatint Etching, 2025

고충환 미술평론가는 “작가의 그림은 투명한 깊이 속에 어스름을 내장하고 있는, 새벽의 하늘빛 같고 물빛 같은 파르스름한 색깔의 기미를 포함하고 있는, 새벽의 빛깔 속에 서게 한다.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이 몸을 섞는, 가시적인 것들이 아직 꿈을 꾸는 동안 마침내 잠에서 깨어난 비가시적인 것들이 활력을 얻는, 새벽의 빛깔이 물든, 새벽의 시간이 체화된, 여백 앞에 서게 한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1991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과 일본 와카야마국제판화 비엔날레 등에서 수상하며 판화가의 입지를 다졌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영국 대영박물관, 중국 중경미술관 등에 다수 소장돼 있다. 현재는 추계예술대 판화가 교수로 40년 가까이 동판화의 길을 걷고 있다.  전시는 30일까지.


박태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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