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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 방뇨·버스 흡연… 제주 초등생들이 내놓은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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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1 17:06:03 수정 : 2025-07-11 17:06:02
제주=김동욱·임성준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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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 방뇨에 버스 내 흡연까지… 제주도를 더 이상 망가뜨리면 안돼요.”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국내 대표 여행지인 제주에서 기초 질서 위반 등 몰상식한 행위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보다 못한 초등학생들이 발 벗고 나섰다. 어린이 눈높이에서 시작된 작은 제안이 지역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제주도 도심 한복판 인도변 화단에서 중국인으로 보이는 어머니가 용변을 보는 아이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캡처

11일 제주도민들에 따르면 최근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 인근 버스 정류소에서 한 외국인 아이가 바지를 내리고 노상 방뇨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를 목격한 제보자는 주변 어른들이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으며,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도 성산 아쿠아플라넷 야외 주차장과 제주시 연동의 거리 등에서 유사한 사례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잇따라 보고되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몰상식한 행태에 대한 지역민들의 피로감은 커지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 시내버스 안에서 흡연하다 승객의 항의를 받고 담배꽁초를 도로에 버리는 일까지 벌어져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제주도 시내버스 안에서 중국인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한 승객이 창문을 열어 넣고 흡연을 하고 있다. 서경덕 교수 소셜미디어

이처럼 반복되는 ‘민폐 관광’에 제주의 초등학생들까지 문제의식을 느꼈다. 국제바칼로레아(IB) 학교인 제주 표선초등학교 4학년 3반 학생 6명으로 구성된 ‘M.T.E(여행예절문제)’ 팀은 지난 4일 제주도청 홈페이지 ‘제주자치도에 바란다’ 게시판에 외국인 관광객의 에티켓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제안을 올렸다.

 

학생들은 외국인 관광객의 무질서한 행위를 제지할 수 있는 전담 기관의 필요성을 첫 번째 대책으로 제시했다. 현재 제주관광불편신고센터가 운영 중이지만,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공항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기초 에티켓을 설명한 스티커나 안내 책자를 배포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스티커에는 여러 언어로 된 직관적인 문구를 담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여행가방 등에 붙이면 지속적인 환기가 가능하다는 아이디어다.

제주도의 한 아쿠아리움 야외 주차장에서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여자아이가 용변을 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세 번째로는 주요 관광지 곳곳에 한국의 공공질서와 문화 예절을 알리는 안내 표지판 설치도 제안했다.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와 무지를 줄이려는 방안이다.

 

이 같은 제안은 IB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표선초의 ‘우리 자신을 조직하는 방식’이라는 초학문적 주제 탐구 수업에서 나왔다. 지역 사회의 문제를 인식하고 구체적 해결책을 고민한 어린이들의 결과물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제주도는 아직 학생들의 제안에 별다른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외국인 관광객의 무질서 행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3월 23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100일 동안 실시한 ‘외국인 범죄대응 특별 치안대책’ 결과, 무단 횡단·투기·노상 방뇨 등 기초 질서 위반 적발 건수는 총 4806건이나 됐다.

 

지역 사회에서는 “어린 학생들조차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설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관광 수용 태세를 재정비하고, 국제관광지로서의 기본 질서를 다시 세울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김동욱·임성준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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