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유통업계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1일부터 국민 1인당 15만~45만 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번 소비쿠폰은 전통시장, 동네마트, 식당, 의원, 학원 등 연 매출 30억 원 이하의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유통 대기업의 경우 편의점 업종 내 본사 직영점에서는 쿠폰 사용이 제한되지만, 가맹점에서는 사용이 가능하다. 반면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백화점, 면세점, 온라인 쇼핑몰 등은 사용처에서 제외됐다. 소비쿠폰의 정책 목적이 지역 상권 및 소상공인 중심의 경제 활성화에 있기 때문이다.
과거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SSM 일부가 사용처에 포함됐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소비쿠폰은 대상 범위가 축소됐다.
편의점 업계는 이번 조치가 업황 회복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편의점의 경우 대부분 가맹점 형태로 운영되며, 연 매출 30억 원 이하인 점포가 많아 소비쿠폰 수혜 대상에 대다수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GS리테일에 따르면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GS25의 지역화폐 사용액은 전월 대비 △4월 102% △5월 214% △6월 169% 증가했다. 생필품과 간편 먹거리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형마트 업계는 소비쿠폰의 사용처에서 배제되면서 소비자들이 다른 유통 채널로 이동할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홈플러스 직원 대표기구인 한마음협의회는 “2020년 재난지원금 당시 사용처에서 제외되자 매출이 최대 20%까지 감소했다”고 밝혔다.
유통 대기업 중심으로는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소비쿠폰에는 제외되면서도 정부 주도 할인행사는 대형마트 위주로 진행되는 등 ‘이중 잣대’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7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물가 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7월 한 달간 대형마트 중심의 대규모 할인 행사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제외된 SSM 업계 역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과거 재난지원금 당시에는 사용처에 포함됐지만, 이번에는 제외됐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와 여당은 비수도권에 위치한 식자재마트에 한해 소비쿠폰 사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앱을 통한 소비쿠폰 사용은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다만, 배달원이 음식점 가맹점의 단말기를 직접 소지하고 와 대면 결제를 진행하는 경우에는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현실적으로 보편화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쿠폰 정책이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유통 대기업과 전통시장을 일률적으로 나눠 지원하는 방식은 형평성 논란을 키울 수 있다”며 “소비자의 실제 구매 패턴과 업태별 구조를 고려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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