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폭염 속에 전북 부안에서 공공근로에 투입된 70대 남성이 작업 도중 쓰러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특보에도 불구하고 야외 작업을 강행한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소홀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9일 전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8분쯤 부안군 진서면 곰소리 진서체련공원에서 공공근로 중이던 A(77)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당시 공원 정화 활동 일환으로 쓰레기를 줍는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는 앞서 현장 동료들이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A씨에게 제세동기(AED)를 6차례 작동하고 응급 약물 투여 등 응급조치를 한 뒤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결국 숨졌다. 사망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한 시각은 아침 시간대였고 공원에서 환경정화 활동 명목으로 진행됐지만, 이날 부안 지역은 이미 체감온도 30도에 육박하는 고온다습한 기후로 인해 이른 시간부터 폭염 수준의 더위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날 전북 14개 시군 전역에는 폭염경보가 발효됐다.
특히 공공근로에 참여한 대부분이 고령층인 점을 고려할 때, 야외 활동 시 충분한 휴식과 작업 시간 조정, 건강 점검 등 기본적인 안전관리조차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인권단체 관계자는 “정부나 지자체가 노인 일자리를 만든다고는 하지만, 무더위 속에 제대로 된 보호 대책도 없이 실외 작업을 시키는 것은 인권 침해에 가깝다”며 “폭염 시 실외 작업을 즉각 중단하고, 실내 위주의 대체 작업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상청은 최근 전북 전역에 폭염주의보와 경보를 연일 발효하고 있으며, 특히 7월 초부터 한낮 체감온도가 35도 안팎까지 치솟는 등 열사병 등 건강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만큼 지자체가 공공근로자를 포함한 야외 근로자에 대한 체계적인 폭염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고령자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건강 관리와 휴식 보장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질병관리청이 올해 5월 15일부터 전국 500여개 응급실을 대상으로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가동한 이후 전북에서는 이날까지 총 74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이 중 1명이 숨졌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자 수(23명)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연령별로는 65세 이상이 31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 12명, 40대 10명, 20대 5명, 30대 4명, 10대 1명 순이다. 고연령자들이 무더위에도 취약한 상태임을 재확인할 수 있는 수치다. 질환별로는 열탈진이 33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열경련 18명, 열사병 13명, 열실신 9명, 기타 1명 순이다.
축산 피해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날 전북에서는 29개 농가에서 사육 중이던 돼지와 닭, 오리 등 2만8700여 마리가 폐사해 총 피해도 8만7100여 마리로 늘어났다. 이는 폭염에 따른 전국 가축 피해 규모(37만9000마리)의 23%가량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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