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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공공성 강화’로 간병지옥 벗어나야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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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09 19:07:04 수정 : 2025-07-09 21:46:37
한현묵 사회2부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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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계에 다다랐어요.”

 

세계일보 심층기획 ‘2025 간병지옥 리포트’에 참여한 취재기자들이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아직까지 상당수 간병인은 가족 구성원이다. 자녀와 형제, 부모가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돌보고 있다. 가족 누군가의 간병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거나 사업을 접은 경우도 많았다. 수년씩 ‘독박간병’에 시달리면서 그의 삶과 인생은 없었다.

한현묵 사회2부 기자

특히 베이비붐 세대인 50∼60대는 부모 간병으로 죽을 맛이다. 취재 중 만난 윤일권씨는 허혈성 발작으로 쓰러진 93세 아버지 간병비 마련을 위해 전세를 월세로 바꾸고 대출까지 받았다. 윤씨는 집에서 ‘웰다잉’을 원하는 아버지의 간절함을 애써 외면하고 요양원으로 보냈다. 그는 “안타깝지만 나도 가족이 있어 어쩔 수 없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긴 병에 효자 없는 법이다. 독박간병이 참혹한 것은 극단적인 경우 존속살인 등 범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노인성 치매를 앓은 70대 형을 10년간 ‘나홀로 간병’하던 60대는 지난 4월 형을 목 졸라 살해했다. 역시 말기 유방암을 앓던 아내를 10년간 수발해오다 스트레스와 치료비 걱정 등으로 살인을 저지른 남편은 “아내도 고통과 미안함에 시달리기 싫다며 여러 번 죽여 달라고 호소했다”고 울먹였다.

 

간병범죄는 이제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또 해마다 늘고 있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07∼2023년 17년간 간병살인으로 확정된 판결은 228건이다.

 

간병지옥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는 걸까. 길은 하나다. 노인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하면 된다. 초고령사회에서 간병 문제를 등한시한다면 이는 정부와 지자체의 직무유기이다. 당장은 간병에 대한 개인 부담을 줄여야 한다. 그렇다고 연간 최대 15조원이 드는 간병비 급여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다. 간병인 처우개선과 돌봄 공동체 확대, 간병기금 조성 등 당장 적용 가능한 방안들을 논의 틀로 끌어내야 작금의 간병지옥이 조금이나마 나아진다.


한현묵 사회2부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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