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한덕수 전 총리에 ‘원스톱 쇼핑’ 언급
관세 이어 방위비 압박, 실행 수순 나선 듯
새 정부 등장·촉박한 관세 협상 시한 활용
韓 구석으로 몰아서 원하는 것 획득 전략
트럼프 위신 세워주며 성과 낼 대책 절실
베선트 “올 관세수입 3000억弗 넘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8월1일부터 적용하는 25%의 상호관세를 통보한 데 이어 주한미군 주둔비용(방위비 분담금)의 증액을 요구한 것은 앞으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무역과 안보를 연계해 최대치를 얻어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언급한 이른바 ‘원스톱 쇼핑’이 윤곽을 드러낸 것으로, 새 대통령을 맞은 한국에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무역 양면에서 전방위 압박을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100억달러(약 13조7000억원)를 내야 한다고 대선 이후 처음으로 언급하며 압박한 시점은 상호관세 협상 시한 연장, 한·미 정상회담 조속 개최 공감대 형성 등과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에는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고 부르며 100억달러를 방위비로 내야 한다고 했으나 대선 뒤에는 구체적으로 숫자를 언급하지는 않았다가 관세 협상 시한을 막 연장한 시점에 다시 이를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통화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원스톱 쇼핑’을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관세를 포함한 무역, 산업 협력 등 경제적인 이슈와 방위비 분담금 등 안보 현안까지 포괄적 합의를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한국에 관세 서한을 보낸 직후 다시 방위비 문제를 거론한 것은 그의 ‘원스톱 쇼핑’이 무역·안보 전방위 압박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셈이 됐다.

그사이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정상회담을 조속히 개최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룬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한국을 다각도로 압박해 포괄적 협의에 나설 때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특히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문제를 거론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나라가 되어버린 이상 어떤 식으로든 현 상황에서 변화가 있어야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약 20일의 촉박한 무역 협상 시한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몰아세우는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다. 상대를 어려운 상황에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얻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이 이번에도 발현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한국과 미국은 세 차례의 통상 관련 실무협의를 진행했으며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상 시한 마감을 앞두고 5일 한번 더 미국을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났다. 국내 리더십 공백으로 본격적으로 뭔가가 결정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실무적인 내용은 여러 차례 논의가 됐다는 얘기다. 결국은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 ‘통 큰 합의’를 해야 해답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한국이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지만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 25%의 발효 시점이 8월1일이라는 점에서 그 전에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게 되면 협상의 난제를 최고위급이 정치적으로 돌파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만족시키고, 어떻게 그의 위신을 세워주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미국은 천문학적인 재정적자 등을 메우기 위해 강경한 관세 정책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이날 내각회의에서 “연말까지 관세 수입이 3000억달러(약 412조원)를 훨씬 초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미국의 관세 수입은 약 1000억달러(약 137조원)로 3000억달러에 이르려면 최근 몇 개월 동안 나타난 관세 수입 급증 추세가 계속 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미국 역시 관세 부과로 져야 하는 시장의 반발 등 경제적인 부담이 있기 때문에 마냥 유리한 처지는 아닌 만큼 속도전보다는 전략적인 대응을 하면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관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 시장의 등락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작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무역과 안보를 연계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가기보다 우리 측에선 가급적 두 사안을 분리해서 대응하는 태도도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또 방위비 압박의 경우 일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비슷한 요구를 받고 있는 다른 국가들의 상황을 보면서 신중하게 움직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방위비 분담금을 포함한 주한미군 관련 논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최우선 안보 과제인 중국 견제 및 억제와 관련해 주한미군의 활동 범위와 역할을 어떻게 변화시키려 하는지에 대한 논의와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한미군의 역할이 중국 견제로 재편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의 방위비 인상 주장은 정당성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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