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서 韓 등 주요국과 만나
말레이 총리 “힘이 원칙 흔들어
관세, 날카로운 도구 됐다” 비판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섰다. 9일(현지시간)부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 등이 잇달아 열리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세안 측과 만나기 위해서인데, 한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요국 외교 수장들도 집결하는 만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조치를 놓고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관세 부과 통보와 관련해 우려의 뜻을 나타낼 것으로 알려져 루비오 장관의 대응이 주목된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가 이날 외교장관회의 개막 연설에서 “지금 힘이 원칙을 뒤흔들고 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한때 성장 촉진에 쓰였던 도구들이 이제는 압력, 고립, 봉쇄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미국을 구체적으로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관세, 수출 제한, 투자 장벽이 이제 지정학적 대결의 날카로운 도구가 됐다”면서 “이것은 지나가는 폭풍이 아니다. 우리 시대의 새로운 기후”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관세 서한을 보낸 14개국 중에서 아세안 회원국은 태국(관세율 36%), 인도네시아(32%), 말레이시아(25%), 캄보디아(36%), 라오스(40%), 미얀마(40%) 6개국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스케가와 세이야 일본 도쿄 고쿠시간대학 교수는 이날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국의 우회 수출 거점’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라며 “각국에 통보한 높은 관세율은 ‘중국의 거점을 봉쇄한다’고 하는 미국의 강력한 메시지”라고 짚었다.
아세안 회원국은 아니지만 회의에 참석하는 한국, 일본도 각각 25%의 상호관세를 통보받았다.
이번 회의에는 특히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를 주도하는 중국, 러시아뿐 아니라 관련국 장관들이 다수 참석할 예정이어서 루비오 장관과의 신경전이 예상된다. 아세안에서는 인도네시아가 브릭스 회원국이고, 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은 파트너 국가로 참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브릭스의 반미 정책에 동조하는 국가’에 10% 추가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루비오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백악관의 관세 관련 메시지를 되풀이하면서 아세안에 무역 관계의 “균형을 다시 잡을” 필요성을 옹호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국무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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