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추대 관례가 있던 국민의힘 대구시당위원장 선출을 두고 이례적으로 현역 의원 간 힘겨루기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례적으로 경합을 벌이는 배경에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대구 단체장·지방의원의 경우 80% 이상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공천관리를 이끄는 시당위원장의 권한과 상징성은 선거 때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
당 내부에선 자리싸움이나 자기 정치로 비칠 경우 가뜩이나 좋지 않은 민심이 더 악화할 거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적 산소가 고갈된 텃밭에서조차 자중지란에 빠져 있는 동안 지지율도 더불어민주당 보다 낮은 처지에 놓였다.

9일 국민의힘 대구시당 등에 따르면 권영진(대구 달서구병)·이인선(대구 수성구을) 의원(가나다순)이 시당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두 사람 모두 재선으로 나이는 이 의원이 3살 더 많다. 지난 4일 주호영 국회부의장 주재로 권 의원과 이 의원을 제외한 대구 지역 국회의원 10명이 모여 시당위원장 선출을 두고 논의한 끝에 이 의원이 맡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권영진 의원은 이날 오전 대구시당을 찾아 “자유롭게 경쟁하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며 후보 등록 신청을 마쳤다.
권 의원은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패배로 하루아침에 야도가 된 대구는 위기에 처했고 행정 수장인 대구시장마저 장기간 공석이다"며 "대구는 그 어느 때보다 정치 역할이 중요한 때”라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 정권에서 우리 지역이 소외당하지 않고 제 몫을 찾기 위해서는 대구 정치인들이 지역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지역을 살리겠다는 각오로 온몸을 던져야 한다”며 “보수 심장에 걸맞은 대구 정치 부활은 이번 대구시당위원장 선출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경쟁이 없으면 발전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구시와 국회의원 간 정책예산협의회 정례화, 당 중요 사항을 당원들이 직접 결정하는 당원투표제도 시범 실시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이인선 의원도 뒤늦게 이날 오후 대구시당위원장 후보 등록을 끝냈다. 이 의원은 “권 의원이 ‘지역 국회의원들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뒤집고 일방적으로 출마를 강행하는 행보를 보인다”고 지적하고 “지금 대구에 필요한 것은 정치적 도약대나 명분 쌓기가 아니다. 신뢰 회복, 조직 통합, 미래를 향한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상식이 통하고, 책임이 존중받는 정치가 필요하다. 제가 변화의 선두에 서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구시당은 이날 후보 등록 신청을 마감한 뒤 자체적으로 구성한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통해 선거 운동 기간과 투표일 등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민의힘 대구시당은 지지율 선두도 민주당에 넘겨내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결과 대구경북(TK)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43.2%로 국민의힘 34.7%를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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