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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안 나고 예뻐요” 청소년 유혹하는 액상담배…“아이들 무방비” 학부모의 절규

입력 : 2025-07-09 16:15:52 수정 : 2025-07-09 17:51:57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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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 공백이 이어지면서 청소년의 ‘흡연 관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합성니코틴을 사용하는 액상 담배는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온라인에서 ‘형식상’의 성인 인증만 거치면 누구나 구입이 가능해 청소년들의 접근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유튜브 검색창 갈무리(왼쪽), 시판되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 모습.

◆ “위험성을 모르는 아이들, 안타깝다” 학부모의 절규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한 고등학생 학부모의 절박한 호소문이 게재됐다.

 

해당 학부모는 “우리 아이들이 무방비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며 자녀의 친구들이 온라인을 통해 액상형 전자담배를 구입하고 있는 현실을 고발했다. 그는 “아이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온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합성니코틴 액상담배에 노출되면서, 그 위험성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고 토로했다. 

 

현행 담배사업법 제2조에 따르면, 담배란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법상 ‘담배’가 아니기에 온라인 판매 금지나 광고 및 판촉 제한, 담뱃갑 경고 그림 등의 규제에서 자유롭다.

 

때문에 온라인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 이들 제품은 화려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달콤한 향기로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또 독특한 외관과 매력적인 향은 기존 담배와 확연히 달라 일반 담배로 인식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청소년들은 부모와 교사의 눈을 피해 사용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엔 ‘무인 담배 자판기’도 등장했는데, 무인 자판기 특성상 청소년 연령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해 위조 신분증으로도 구매가 가능하다. 

 

◆ 청소년 흡연의 ‘관문’ 역할…궐련 담배로의 전환 우려

 

액상형 전자담배는 실제로 청소년들의 흡연율에 영향을 주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발간한 ‘청소년의 전자담배 접근 예방을 위한 주요 과제’를 보면, 2020년 1.9%였던 청소년의 액상형 전자담배 흡연율은 2024년 3.0%로 크게 증가했다. 일반담배 흡연율이 2015년 7.8%, 2020년 4.4%, 2024년 3.6%로 점점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흡연 비율만 늘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청소년 흡연자 3명 중 1명(32%)이 액상형 전자담배로 흡연을 시작했고, 이들 중 60.3%가 이후 궐련 담배로 전환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합성니코틴 액상담배가 청소년을 현혹하는 방식으로 유통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이 향후 일반 궐련 담배 흡연자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규제를 도입하는 추세이지만 한국은 관련 정책이 느슨한 실정이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규제 논의 지연되는 사이, 새로운 유사니코틴 출현 '우려'

 

세계적으로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규제를 도입하는 추세이지만 한국은 관련 정책이 느슨하다.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돼 세 차례 논의됐으나 아직 계류 중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는 합성니코틴 제품을 규제의 범위에 포함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업계 일부의 반대와 대선 일정, 담뱃세 부과에 따른 정치적 부담 등으로 통과시키지 못했다. 

 

전자담배총연합회(오프라인 판매)는 “정부는 전자담배총연합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화 협의체를 구성해 합리적인 전자담배 유행성 기준, 분석 방법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총연합회는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 더 해롭다는 해묵은 논쟁은 현재로서 무의미하다”며 “과학적인 데이터를 산출하고 유해 수준에 따른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규제 지연이 계속되면서 시장에는 새로운 유사니코틴 제품 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사니코틴은 니코틴과 다른 분자 구조를 가지면서도 유사한 생리적 효과를 내며, 무한한 분자 변형이 가능해 기존 법안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현재 온라인에서는 ‘피리딘’ 같은 유사니코틴 제품이 담배와 유사한 효과를 내세워 판매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2022년 연방 식품·의약품·화장품법을 개정해 합성니코틴을 담배에 포함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브라질, 호주, 유럽연합(EU) 등도 자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유사담배 규제를 강화해 판매 및 수입 금지 조치 등을 시행 중이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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