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한 지위 이용해 상대국 옥죄기
“다른 나라에 상징적 선전 포고” 해석
한국이 대미 관세 협상 시한으로 다시 약 3주의 협상시간을 확보했지만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변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말바꾸기’로 이번 서한 발송을 앞두고도 여러 차례 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3주의 시간 동안에도 상황이 계속 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만찬 자리에서 기자들이 ‘오늘 보낸 서한이 미국의 최종 제안이냐’고 질문하자 “난 최종이라고 말하겠지만, 만약 그들(협상 상대국)이 다른 제안을 갖고 전화하고 만약 내가 그 제안을 좋아한다면 우리는 그렇게(변경) 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1일이라는 시한이 확고하냐는 질문에는 “난 확고하지만 100% 확고하다고는 하지 않겠다. 만약 그들이 전화해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다른 방식으로 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거기에 열려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당초 협상 시한이었던 9일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에선 약 2주간 여러 가지 언급이 나왔다. 지난달 말에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미국 노동절인 9월1일을 새로운 협상 시한으로 제시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 연장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시한을 앞두고 상황이 급반전했다. 그러다 다시 14개국에 서한을 보내 사실상 8월1일을 새 협상 시한으로 연장해 제시한 것이다. 협상에서의 유리한 지위를 이용해 협상 대상국들을 옥죄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각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이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3주간 성실히 한국이 협상을 진행한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키는 눈에 띄는 제안을 하지 않는 한 갑작스럽게 상황이 후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가장 먼저 서한 통보 대상으로 삼은 데 대해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라고만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한국과 일본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 이미 한국 및 일본과 무역협정을 체결한 상태였기에 이번 관세 위협은 한·일 양국에 더욱 불쾌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까운 동맹인 한국과 일본을 먼저 관세 부과 대상으로 지목함으로써 다른 나라들에 상징적인 선전포고를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자동차와 철강에 대한 품목 관세는 두 나라에 모두에게 치명적인 내용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상호관세와 품목관세는 별도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미국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출신이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관여한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가장 긴밀한 두 동맹인 일본과 한국에 25% 관세 인상을 발표한 게 유감”이라며 “이 발표는 다른 나라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한·일 양국의 최우선순위인 자동차 관세를 포함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품목별 관세의 완화는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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