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쌍방 이익 합의 모색하라”
美·日 장관 40분 통화… “협상 계속”
EU, 기존 시한 9일까지 타결 방침
브릭스는 결속… “황제 원치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14개국에 서한을 보내 8월1일부터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하자 각국은 대응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일본은 기존보다 1%포인트 높은 25% 관세율을 통보받고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3주 이상 추가로 시간을 번 만큼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겠다는 태도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8일 전체 각료를 소집해 연 종합대책본부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 서한을 “사실상 협의 기한이 연장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관계 각료들에게는 “국익을 지키면서 일·미(미·일) 쌍방의 이익이 되는 합의를 모색하라”고 주문했다.

이시바 총리는 총리관저에서 취재진을 상대로는 “일본 정부로서는 안이한 타협은 피할 것”이라며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지켜야 할 것은 지키는 것으로 전력을 다해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이날 오후 약 40분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양국 간 협상을 정력적으로 계속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일본 정부가 밝혔다. 아카자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자동차 산업에서 합의가 없으면 패키지로 합의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해 일본 기간산업인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하 목표는 수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상호관세가 25%로 인상된 것을 두고 이시바 총리가 “진심으로 유감”이라고 밝힌 가운데 여당 내에서는 보다 직접적인 불쾌감이 표출됐다. NHK방송에 따르면 자민당 오노데라 이쓰노리 정무조사회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며 “편지 한 장으로 통고하는 것은 동맹국에 매우 무례한 행위로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이날 서한을 받지 못한 유럽연합(EU)은 기존 상호관세 유예 시한에 맞춰 협상을 서두르겠다는 방침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올로프 길 EU 무역담당 대변인은 “수요일(9일)까지 최소한의 원칙적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U가 이날 통보 대상에서 빠진 것을 두고는 미국과의 협상 타결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러시아가 주도하는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는 트럼프 대통령이 ‘브릭스의 반미 정책에 동조하는 국가’에 10% 추가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데 대해 발끈하면서 회원국 간 결속을 다졌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날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폐막한 브릭스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황제를 원하지 않는다”며 “미국과 같은 거대 국가 대통령이 인터넷을 통해 세계를 겁박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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