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무기로 인한 인류 절멸의 위기감을 절감한 영국의 철학자이자 논리학자인 버트런드 러셀은 1955년 7월9일,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핵무기 없는 세계와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호소하는 선언’을 발표했다. 이어 같은 날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소련, 캐나다 등 당대의 강대국 정상들에도 선언문을 전달했다.
러셀은 선언문을 발표하고자 △핵무기의 위험성 △과학기술의 평화적 사용 의무 △핵무기 위협을 막기 위한 국가 간 협력의 중요성 △전 세계 정부, 국민들에게 핵무기 폐기를 위한 즉각적인 행동 촉구 등을 담은 초안을 작성했다. 이어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을 포함한 당대의 과학자 10명에게 서명을 받았다. 러셀을 포함한 11명의 중 10명이 노벨상 수상자였다.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의 포성이 멈춘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반핵·군축 평화운동의 물꼬를 튼 것으로 평가받는 이 선언은 2년 후 핵무기 사용의 위험성을 인식한 과학자들이 설립한 ‘퍼그워시 회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퍼그워시 회의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유지에 기여하는 등 대량 살상 무기 확산 방지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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