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인력이 총 직원의 절반 넘어”

허톈싱(사진) 이항(EHang) 부사장은 2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 본사에서 열린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는 이제 막 태어난 단계이기 때문에 그만큼 향후 발전 가능성과 주도권 경쟁의 여지가 크다”며 eVTOL 산업이 자동차 산업처럼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 부사장이 입고 있는 회사 티셔츠 소매에는 ‘미래는 지금이다’(The future is now)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말보다 먼저 다가온 구호에서 새로 태동하는 산업 종사자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었다.
허 부사장은 자사 eVTOL인 EH216-S의 개발 과정과 중국민용항공총국(민항국) 인증, 글로벌 상업화 계획 등을 다소 들뜬 목소리로 설명했다. 그의 말투에는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이라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허 부사장은 “우리는 세계 최초로 조종사가 없는 유인 eVTOL을 인증받았다”며 “기존의 어떤 기준에도 들어맞지 않는 기술을 증명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형식인증 신청 당시에는 유사 사례가 없었던 만큼 시험 기준도 민항국과 함께 새로 만들어야 했다”며 “결국 이 기체를 위한 맞춤형 규정을 제정했고,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최초로 인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인증 이후의 행보는 빨랐다. 현재 상업 운항을 위한 초기 운영을 준비 중인 이항은 중국 내 10여개 도시에 20곳 이상의 비행 지점을 확보했다. 허 부사장은 “향후에는 도시 내 여러 지점을 연결하는 단거리 항공망을 만들 것”이라며 “지상 교통을 보완하는 새로운 형태의 일상 교통수단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항의 경쟁력은 ‘선도자’로서의 지위다. 허 부사장은 “우리는 다중 회전익 기반 eVTOL을 가장 먼저 구현한 기업”이라며 “처음부터 조종사가 없는 자율비행이라는 기술 경로를 선택했고, 지금도 그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인증 과정에서 정립한 표준은 향후 글로벌 규제 수립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이항은 기술뿐 아니라 제도 정립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허 부사장은 “지금의 지상 교통처럼, ‘빨간불 정지, 초록불 진행’ 같은 보편 규칙이 하늘에도 필요하다”며 각국이 도심 하늘을 활용하게 될 미래에 대비해 이를 관리할 신호 체계를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항의 EH216은 지금까지 19개국에서 시험 비행을 마쳤고, 서울에서도 비행 이력을 갖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지만 이는 제도 정비의 일환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허 부사장은 또 “이항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측에서 모두 독자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연구개발 인력이 전체 직원의 절반을 넘는다”며 “등록·출원 특허 수도 업계 1위”라고 말했다. 그는 “(eVTOL은) 인내가 필요한 산업이지만 지금 준비하는 국가가 미래를 선점할 수 있다”며 “하늘은 아직 비어 있다. 우리는 그 공간의 교통 규칙을 쓰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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