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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낮 37.8도… 철로도 휘었다

입력 : 2025-07-08 19:08:08 수정 : 2025-07-09 02:16:15
이예림·김승환·정진수 기자, 공주=김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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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년 만에 가장 더운 7월 상순

경의중앙선 수색역 40분 운행중단
대전·부산·원주 등 곳곳 기록 경신
경기 광명·안성은 40도 넘게 올라
퇴근길 ‘기습 폭우’… 일부 호우특보
서울지하철 1호선 한때 운행 차질

공주·서산 논일하던 노인 2명 숨져
전국서 온열질환자 1000명 육박
정부, 폭염시 ‘20분 휴식안’ 재추진

서울 낮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하며 7월 상순 기온 기준 86년 만에 최고 기록을 세우는 등 전국에서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경의중앙선 수색역 인근 철로가 열기에 휘어 약 40분간 열차 운행이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로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 냉방병 환자가 급증하는 한편,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도 속출해 폭염 안전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근로자 보호 대책을 점검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당분간 폭염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8일 서울 낮 최고기온은 37.8도를 기록했다. 7월 상순 기준 서울 기온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전 최고기온은 1939년 7월9일 기록한 36.8도였는데 이를 86년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서울에서 근대적 기상관측이 1907년 10월 시작돼 7월 기온관측이 1908년부터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날은 7월 상순 기준 117년 만에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될 예정이다.

한날 폭염·폭우 ‘롤러코스터’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제주 서귀포시 하논분화구 내 논바닥이 8일 쩍쩍 갈라져 있다. 오른쪽은 이날 오후 서울에 갑작스러운 폭우가 내리면서 목동 IC 인근 도로가 침수된 모습. 서울도 한낮 폭염이 이어졌으나 오후 기습 폭우로 구로구 고척동 아파트 단지와 양천구 목동교 인근, 양화대교 인근 등 일부 도로가 침수됐다. 연합뉴스

같은 날 인천과 부산도 기온이 각각 35.6도와 34.5도까지 올라 7월 상순 최고기온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대전과 강원 원주·인제, 경기 수원·이천, 충북 충주·청주, 충남 서산·천안·보령·부여, 전북 고창, 전남 목포·영광 등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경기 광명과 안성(양성면)은 각각 이날 낮 최고기온이 40.2도와 40.1도까지 올랐다. 2018년 이후 7월 중 40도대를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냉방 기기 사용이 일시에 급증하면서 이날 오후 6시 기준 최대전력 수요는 95.7GW(기가와트)로 역대 7월 최고치를 경신했다.

 

오후부터는 서울·경기·강원·충북·전북 일부 지역에 호우특보가 발효되는 등 비가 쏟아졌다. 서울에선 퇴근 무렵 폭우로 올림픽대로 등 일부 침수우려로 차량이 우회하는 등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졌고, 서울 지하철 1호선 일부 구간의 KTX와 지하철 등의 운행도 한때 중단됐다.

 

연일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전국에서 온열질환 사상자도 잇따랐다.

 

이날 오후 1시26분 충남 공주에서 논일을 하던 90대가 열사병으로 숨졌다. 충남 서산시 고북면에서도 오후 5시45분 논에서 일하던 80대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북 구미시 산동읍의 아파트 공사장에선 전날 오후 4시40분 베트남 출신 20대 근로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행정안전부는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폭염에 대비한 근로 환경 안전관리 대책을 점검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5월15일부터 전날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977명으로 1000명에 육박했다. 이중 290명(29.7%)은 실내외 작업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체감온도 33도 이상 시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을 보장하도록 하는 방안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장기화하는 폭염으로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 냉방병을 호소하는 사례도 급증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38)씨는 회사에서 야근을 하던 중 몸살 기운이 심해져 약국을 찾았다. 약사가 기침, 콧물 증상 여부를 물었고 김씨가 그렇진 않다고 답하자 “냉방병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밤이 돼도 문을 열어놓으면 후덥지근한 바람만 들어오는 터라 에어컨을 켜고 잤더니 몸살이 났다”며 “점점 더 더워진다는데 에어컨을 끄자니 잠을 계속 깨고, 켜자니 냉방병에 걸리니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냉방병’은 질병명이 아니다. 폭염으로 에어컨을 강하게 틀게 되면 실내외 온도차가 크게 나면서 콧물, 재채기, 목 통증, 두통, 어지러움, 근육통 등이 발생하는 증상을 통틀어 의미한다. 우리 몸의 체온 유지에 관여하는 자율신경계가 급격한 온도차에 맞춰 움직이다가 ‘과부하’가 걸리면서 기능저하가 발생하는 셈이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름철이면 많은 환자들이 기운이 없다거나 두통·근육통 등으로 병원을 찾는데 대부분 냉방병”이라고 설명했다. 냉방병을 피하기 위해서는 실내외 온도차를 5∼8도 이상 나지 않게 하며 환기를 자주 시켜주는 것이 좋다. 수분 섭취는 많이 하되 찬물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도 냉방병에 걸리기 쉬운 몸 상태로 만들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이예림·김승환·정진수 기자, 공주=김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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