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하루를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무심코 마신 아침 커피가 오히려 우리 몸의 에너지 리듬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상 직후 30~60분 이내와 잠자기 전 5~6시간 이내는 커피를 피해야 할 최악의 시간대로 꼽힌다.
◆기상 직후 커피? 호르몬 교란 우려…스트레스 유발할 수도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사람의 몸은 아침에 스스로 깨어나기 위해 코르티솔이라는 각성 호르몬을 다량 분비한다. 코르티솔은 부신에서 생성되어 외부 스트레스에 대응하고,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 호르몬의 수치는 보통 기상 후 30분에서 1시간 사이 가장 높아진다.

이 시점에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이 코르티솔 분비를 더 자극하게 되어 호르몬 체계를 혼란시킬 수 있다. 이런 습관이 반복되면 스트레스 조절 능력이 저하되고, 만성 피로감이 누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심박수와 혈압 상승, 신경계의 과도한 각성 등의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카페인으로 인한 일시적 각성 상태를 ‘피로 회복’으로 착각한다는 데 있다. 아침에 몸이 자연스럽게 깨어나야 할 시간에 외부 자극에 의존하면, 생체 리듬이 흐트러지고 자연적인 각성 메커니즘이 점차 약화될 수 있다.
◆“커피가 피로를 없앤다?”…착각의 진실
잠들기 전 커피 역시 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카페인의 반감기(몸속 잔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간)는 약 6시간이다. 오후 4시에 커피 한 잔(카페인 약 100mg)을 마셨다면, 밤 10시에도 50mg가량이 체내에 남아 있어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카페인은 뇌에서 졸음을 유도하는 신경전달물질 아데노신의 작용을 차단해 쉽게 잠들지 못하게 만든다. 실제로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소량만으로도 수면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
커피는 언제 마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 전문가들은 기상 후 90분에서 2시간 사이를 가장 적절한 타이밍으로 꼽는다. 이 시점에는 코르티솔 수치가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위장 활동도 활발해져 카페인의 각성 효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점심 식사 후 1~2시간 뒤 커피를 마시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식사 후 찾아오는 졸음을 줄이고, 오후 업무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커피를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언제’ 마시느냐다. 적절한 시간에 커피를 섭취하면 △주의력·집중력 향상 △신진대사 촉진 △면역 기능 강화 △혈압 조절 등 다양한 건강상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커피는 ‘양날의 검’이다. 피로 회복을 돕는 동반자가 될 수도 있고, 몸의 리듬을 깨는 방해자가 될 수도 있다. 커피의 타이밍을 똑똑하게 조절하는 것이야말로, 바쁜 현대인을 위한 건강 습관의 시작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