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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호 부장검사 “SNS로 피자 주문하듯 마약 구매… 20∼40대 주고객” [심층기획-마약 신흥시장 떠오른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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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18 22:00:00 수정 : 2023-09-18 21: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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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범죄 강력통’ 신준호 부장검사

코로나 이후 국내 단일 소비 시장 형성
딜러가 주문 받으면 드로퍼가 배달 ‘분업’
‘던지기’ 수법 흔해… 땅에 묻는 ‘묻드롭’도

MZ 유입된 조폭, 마약 연루 조짐 보여
성착취 범죄처럼 신분위장 수사 허용을

서울중앙지검 신준호(사법연수원 33기) 강력범죄수사부장은 대검찰청, 광주지검, 인천지검 등에 근무하며 마약·조직범죄 수사를 전담해 온 검찰 내 ‘강력통’이다. 신 부장검사는 “요즘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피자 주문하듯이 마약을 산다. 전화 한 대면 다 된다”며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약 밀매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인터뷰는 지난 8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실에서 진행했다.

―최근 마약사범이 급증한 이유는.

“그간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국제 마약 유통 경로면에서 보자면 사실상 ‘섬나라’였다. 마약 접근경로가 제한돼 있었다. 하지만 사회가 글로벌화해 물동량이 늘었고 비대면 거래수단도 많이 늘었다. 기존에도 향락, 현실도피 목적으로 마약에 대한 잠재수요는 있었다. 그런데 마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가 겹치며 우편물이 늘었다. 게다가 국내에 ‘단일 소비시장’이 형성됐다. 예전엔 ‘물건’ 1㎏도 소화가 안 돼 ‘수익’이 안 났는데 이젠 자체 시장이 생기니 족족 흡수돼 현금화가 된다. 고정 수요층이 생긴 것으로 판단된다.”

―연령별로 살펴본다면.

“마약도 디지털(SNS 등 수단)을 만질 줄 알아야 한다.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 주를 이룬다. 이 연령대가 하나의 소비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신규 유입을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중앙지검 신준호 강력범죄수사부장이 지난 1월 검찰청사 브리핑룸에서 재벌가 3세와 연예인 등이 연루된 대마사범 집중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온라인상 마약밀매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주로 보안성이 강한 텔레그램에서 이뤄진다. 판매자(딜러)는 일명 드로퍼(dropper)인 배송책을 구인 사이트를 통해 모집한다. 합법인 것처럼 유도해서 연락이 오면 일을 시킨다. 보통 주당 1000만원 준다고 보면 된다. 단기 고수익이다. 딜러는 미리 최소 50곳에 마약을 숨겨두고 주문이 들어오면 드로퍼한테 ‘좌표’를 알려준다. 이걸 ‘던지기’라고 한다. 던지기 장소도 만만찮다 CC(폐쇄회로)TV를 피해야 하니 품이 많이 든다. 그러니 위험수당도 준다. 드로퍼가 숙련도와 신뢰가 생기면 따로 ‘사업부문’을 맡아서 하기도 한다.”

―드로퍼들은 범죄란 걸 알면서도 하는 것 아닌가.

“알고 하는 거다. 요새 어리숙한 사람들 별로 없다.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현금 수거책처럼 다 알고 하는 거다. 딜러들도 멍한 사람은 안 쓰려 한다. 일 시켜도 엉뚱하게 처리해서다. 결국 돈이 목적이다. ‘한탕만 하자’ 해서 3000만~4000만원 벌고 손 떼려다가 붙잡히는 것이다.”
 

―딜러는 왜 ‘직거래’를 안 하고 드로퍼를 고용하나.

“본인이 위험해질 수 있어서다. 마약을 사려는 사람이 누군지 몰라서다. 최대한 안 마주치려고 한다. 그래서 미리 마약을 여기저기 숨겨놓은 뒤 주문을 받는다. 에어컨 실외기, 배전함 같은 곳에 숨겨놓는다. 예전엔 전봇대 구멍 같은 곳에 숨기기도 했다. 마약 구매자가 과거에 드로퍼가 ‘던지기’한 곳에 가보니 또 있어서 가로챘다가 붙잡힌 경우도 있었다. 마약사범들도 던질 수 있는 장소가 한정돼 있으니 써먹은 장소를 또 써먹는다.”
 

사진은 화단에 은닉해둔 마약류를 발견하는 모습. 서울경찰청 제공

―새로운 범죄수법도 개발되고 있나.

“요즘은 모종삽으로 땅에 묻는다. 이걸 ‘묻드롭’이라고 한다. 예전엔 공중화장실 몇 번 화장실 변기 물탱크에 넣는다 했는데 이젠 CCTV가 있으니 점점 외곽으로 나가고 있다. 수도권 외곽지역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범행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조폭 중 마약과 연계된 경우도 있나.

“기존 폭력조직에선 마약을 취급 안 한다. 그들도 나름의 ‘전통’이 있어 마약을 하면 조직에서 축출된다. 그럼 조직생활을 못 한다. 다만 요즘은 전통적 위계가 상당 부분 약화했다. MZ(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세대가 기존 질서를 싫어하고 적응도 잘 못 해서다. MZ조폭들은 ‘형들’하고 안 놀고 자기들끼리 어울리려 한다. 그러나 조직 입장에서 마약이 가장 돈이 되는 건 사실이고, ‘조짐’이 조금씩 보이긴 한다. 마약 연계조직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고 과거와 패턴도 달라져 위험한 상황이다.”

―지능화하는 마약사범들에 대처하려면.

“신분위장 수사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그들에게 접근하면 신분증을 요구한다. 사진 찍어서 전송하라고 한다. 직업이 뭔지, 학교는 어디 나왔는지까지도 검증을 한다.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사건 수사에선 신분위장 수사가 허용된다. ‘박사방 사건’ 때 예외적으로 허용됐다. 사회적 피해가 아주 커서였다. 마약 역시 상황이 심각하니 마약 수사에서 이를 벤치마킹만 하면 된다. 성범죄 사건 수사와 마찬가지로 고등법원 판사의 사전 허가를 받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분위장 수사 허용은 마약사범을 검거하려는 수사기관에 상당한 무기를 쥐여주는 것이다.”


배민영·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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