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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쟁, 쉽게 안 끝난다… 신냉전 흐름은 더 공고해질 것” [창간34-우크라戰 1년, 여기는 키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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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03 06:00:00 수정 : 2023-02-05 13:3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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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짙어지는 신냉전의 그림자

美 러시아 전문가들 전망

로즈만 프린스턴대 석좌교수
“우크라이나 현재의 결의 유지 중요
러시아, 무기·승리 의지 많지 않아”

캔시언 워싱턴 싱크탱크 CSIS 고문
“우크라이나, 지원 없인 승전 어려워
美·국제사회 현재 수준의 도움줘야”

트리치카 올브라이트스톤브리지 연구원
“美·유럽 최근 가장 강력한 협력관계
‘대만 위협’ 중국에 메시지 보낸 셈”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2월24일)을 채우고도 더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 대한 병합 인정,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 등 국제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역시 크름반도 수복을 포함해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배상을 요구하며 강 대 강으로 맞서고 있는 만큼 현재로선 양국이 타협점을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학계, 워싱턴 싱크탱크의 러시아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이 전쟁으로 촉발된 신냉전의 흐름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성 미하일 수도원 앞 광장에 파괴된 러시아군 탱크가 전시돼 있다. 탱크의 포신 끝에는 뿔 달린 악마로 묘사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교수대에서 처형된 모습을 그린 그림이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의 우크라이나어와 함께 걸려 있다.
키이우=이병훈 기자

러시아를 포함, 동아시아 분야의 세계적 석학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길버트 로즈만 프린스턴대 석좌교수는 2일 세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평화조약은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로즈만 교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분할을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패배 후 붕괴 직전에 가야지만 그러한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이 실패한다면 아시아를 포함한 타지에서 더 많은 무력전쟁 위협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즈만 교수는 또 “우크라이나 전쟁과 제일 가까운 사례가 한국전쟁이다. 만약 침공을 막겠다는 (우크라이나와 국제사회의) 결의가 부족하다면 침략자가 이길 것”이라며 “전쟁은 지루하게 계속되겠지만 우크라이나가 현재 결의를 유지한다면 러시아는 승리를 쟁취할 무기와 의지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로즈만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신냉전이 진행 중이라는 경종(wake-up call)을 울렸다고도 분석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전쟁(trade war)을 시작했지만 냉전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의 열전(무력전쟁·hot war)은 냉전(cold war) 또는 더 나쁜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오늘날 냉전의 핵심 요소는 기존 국경을 바꾸기 위한 무력 사용, 이념 투쟁에서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악마화, 경제안보 요구에 따른 무역 질서를 다시 세우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그 동맹국과 그 반대편의 중국과 러시아 등이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백악관 국방예산 분석관을 지낸 마크 캔시언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고문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과 신냉전 흐름이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본지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점령하고 돈바스를 공격하면서 다시 불거진 러시아 위협에 대응하기 시작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위협을 더 즉각적으로 만들었다”면서 “나토 국가들은 군을 재건하고 있으며, 미국은 추가 병력을 유럽으로 이동시켰고, 이 중 일부는 무기한 주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캔시언 고문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한쪽이 전쟁에서 승리하거나 전쟁 수행이 불가능해 중대한 양보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계속될 것”이라며 “러시아 군대가 (사기 저하 등으로) 붕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지만 1년째 전투를 이어오고 있는 만큼 붕괴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외부의 군사 지원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미국과 국제사회의 지원이 현재 수준대로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의 국제문제 컨설팅 회사인 올브라이트스톤브리지그룹의 러시아 전문가 매리 트리치카 연구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고, 양국의 국민 역시 자국의 승리만을 유일하게 받아들일 조건으로 두고 있다”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평화 협정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트리치카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질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유럽은 최근 몇 년간 가장 강력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민주적 국제질서를 보호하고 유지하려는 광범위한 외교정책 목표와 관련이 있다고 규정했다”면서 “이것은 특히 대만에 대해 중국이 취할 잠재적인 조치를 겨냥해 중국에 메시지를 보낸 것이기도 하다”고 해석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전쟁사 보면 쉽게 끝난 전쟁은 없다

전쟁이 언제 끝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끝나느냐도 중요하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지난달 국방정책연구에 기고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 안보정세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과 함의’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전쟁이 명확한 승자와 패자가 없는 채로, 지속 가능한 평화체제가 정착되지 않은 채로 종결됐다”고 했다.

전 교수는 그러면서 “이 경우 당사국 간 갈등이 유지되는 채로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되고 이는 결국 전쟁의 재발 가능성으로 남게 된다”고 적었다.

전 교수에 따르면 1946년부터 2005년까지 국가 간 전쟁은 총 63건이 발생했고 이 중 약 21%만이 승패가 명확한 전쟁으로 끝났다. 30%는 정전(휴전)으로 끝났고, 16%만이 평화협정 체결로 종결됐다. 또 1975년부터 2018년까지 협상을 통해 평화협정을 이끌어낸 전쟁 중 37%는 전쟁이 재발했다.

전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살펴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승전 가능성을 여전히 믿고 있다는 점에서 전쟁의 종식이 가깝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휴전이 이뤄진다고 해도 이는 곧 종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러시아가 병합 선언한 돈바스 등)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은 계속 양국 간 분쟁지대로 남을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이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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