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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세대갈등이 낳은 저항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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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26 22:48:00 수정 : 2021-11-26 22:4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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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시스 피카비아의 ‘로비드 마소의 초상’.

1914년부터 4년 동안 계속된 1차 세계대전은 기계화된 전면전이었다. 창과 칼을 들고 했던 전쟁이 아니라 새로 개발된 신무기가 등장한 전쟁이었고, 유럽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뒤섞인 전면전이었다. 그래서 전쟁의 피해뿐 아니라 후유증도 상당했다.

20세기 시작과 함께 싹튼 기계문명에 의한 낙관주의와 이상주의가 무너졌다. 사람들이 기계화된 무기로 수백만 명을 희생시킨 비극적 상황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전쟁참여를 독려했던 정치가, 고위 관료, 장군 등의 기성세대와 전쟁에서 참상을 직접 겪은 젊은 세대 사이의 갈등도 생겼다. 전쟁터로 나가게 한 애국주의나 국익 같은 공적 가치에 대해 젊은이들이 불신했고, 전통적 형식이나 관습도 부정하려 했다.

이런 상황에서 탄생한 미술이 다다이즘이다. 다다이스트들은 인류를 전쟁으로 내몬 이 시대의 광기로부터 벗어나려 했고, 전통과 형식의 구속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예술을 꿈꿨다. 조형 원리나 방법을 부정하는 실험적 수준을 넘어 미술 자체까지도 부정하는 반예술 운동을 기획했다. 지금까지 예술을 지배해온 모든 주의, 주장, 미학을 배제한 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롭게 예술적 가치 창조의 길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었다.

다다이즘 작가인 프랑시스 피카비아는 버려진 폐품들을 모아서 미술작품의 재료로 사용하는 엉뚱함을 보였다. 그의 작품 ‘로비드 마소의 초상’은 버려진 단추나 펜촉과 못 쓰는 가위 등을 붙이고, 색을 칠해서 한 여인의 초상화로 만든 것이다. 버려진 단추가 눈이 되고, 가위는 코가 됐으며, 말발굽 같은 모양의 것이 입이 됐다.

피카비아가 버려진 펜촉들을 모아서 머릿결을 만들고, 그것들을 연결하는 선을 긋고 색을 칠해서 한 여인이 밝게 웃는 초상화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그는 사람들이 버려진 것으로 생각하고 관심을 두지 않는 폐품으로 작품을 만들어 통속적이며 위선에 찬 사회적 가치관을 비판하려 했다. 미술은 가치 있는 것만을 보여야 한다는 전통적 관점을 부정하고, 미술작품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보여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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