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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강석 변호사 “탈북 청소년 지원 중요… 직업 가질 수 있게 도와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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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01 15:00:00 수정 : 2021-05-01 10: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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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기준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은 3만3000여명. 부푼 꿈을 안고 한국 땅에 발을 디뎠지만 탈북민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가진 것 하나 없이 180도 바뀐 환경에서 적응하는 건 ‘맨땅에 헤딩하기’에 가깝다. 가족을 북에 두고 온 경우라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묻은 채 평생 살아야한다.

 

법무법인 청음의 문강석 변호사(47·변호사시험 1기)는 우연한 기회에 탈북민 대안학교인 우리들학교에 갔다 탈북민들과 인연을 맺었다. ‘무엇인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활동이었지만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탈북민 지원 활동에 마음을 쏟고 있다.

 

현재 문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지원소위원회 위원장과 탈북청소년 교육현황지원 관련 법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아 탈북민과 탈북 청소년이 직면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 2월엔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대한변협으로부터 제15회 우수변호사상을 수상했다. 지난달 28일 법무법인 청음 사무실에서 문 변호사를 만났다.

 

―탈북민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변호사님들 위주로 구성된 통일법 관련 학회가 있어요. 거기서 활동하며 탈북민을 한 분씩 뵙다가 어느 날 신림역 근처에 있는 우리들학교에 찾아가게 됐죠. 뭔가 특별히 도와주러 갔다기보다는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찾아갔어요. 근데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대안학교다보니 제도권에서 벗어나있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변호사가 와서 도와주니까 그랬나 봐요. 그렇게 인연을 맺었습니다.”

 

―변협에서 탈북민 관련 위원회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지원소위원회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

 

“저희 지원소위원회에서는 학교 별로 담당 변호사님을 정해드려요. 기존에는 막연히 봉사를 하다 보니 의도는 좋은데 융합이 잘 안 된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그래서 변호사님들을 매칭해 현재는 7개 학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담당 변호사님들은 주로 법률교육을 해줘요. 테마가 크게 5가지 정도 있는데요. 헌법, 민법, 형법 등으로 나눠져 있어요. 취약계층이 휩쓸리기 쉬운 보이스피싱에 대해 경각심을 심어주기도 하고, 사회에 나가면 꼭 알아야 할 근로계약에 대해서도 알려줘요.”

 

―제도개선TF에서 하는 일도 간단히 소개해준다면.

 

“제도적으로 손보면 좋겠다 싶은 것들을 개선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대안학교를 다니면 생계비 지원 등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렇다고 일률적으로 안 되는 건 아니고 지방자치단체 별로 또 달라요. 이렇게 들쑥날쑥한 걸 행정부에서 공문으로 내려 보내면 좋겠다 싶어서 최근에 이 작업을 진행했어요. 가장 좋은 건 내부지침에 넣는 건데 그게 안 되면 행정안전부나 보건복지부 통해서 지자체에 공문 형식으로 보내는 거죠. 중국에서 출생한 탈북 자녀 문제도 있어요. 이들 중 남자는 병역면제가 안 되거든요. 한국에 늦게 넘어온 아이들은 언어가 잘 안 돼요. 최소한 한국어 배울 때까진 입대를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도 변협과 함께 병무청이랑 진행하기도 하고요. 이런 것들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탈북 청소년들을 도와주다보면 느끼는 점이 많을 것 같은데.

 

“주로 탈북 청소년이 모여 있는 대안학교에 가다보니 분리해서 교육시키는 게 맞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일반 학교로 가서 거기서 어떻게든 버텨야 사회에 나가서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싶거든요. 그렇다고 무턱대고 일반 학교로 보내는 건 아닌 거 같고,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만한 게 없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요즘은 그런 부분을 계속 고민합니다.”

 

―그 외에도 현재 고민하고 있는 게 있다면.

 

“요즘은 탈북민 중 북한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 많이 줄었어요. 대신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몇 년 떠도는 기간에 아이를 낳아서, 그 아이들이 클 때쯤 아이를 데리고 한국에 오는 경우가 많아요. 아빠가 대부분 중국인이다 보니 한국말도 잘 못하거든요. 이 친구들은 북한이탈주민도 아니라 직접적인 지원을 못 받아요. 그렇다고 그냥 놔둘 순 없잖아요. 이 친구들에 대한 지원 방향도 고민하고 있어요. 이 친구들을 어떻게 규정할 지도 현재 모호한 상태네요.”

 

―탈북민을 돕다 보면 기억에 남는 일들이 있을 것 같은데.

 

“지난해 말에 먼저 탈북한 아버지가 북한에 있는 딸을 데려오다 생긴 일인데요. 아버지가 브로커를 통해서 딸을 데려 오기로 하고 돈을 지급했는데, 브로커들이 딸을 북한에서 중국으로 빼온 뒤에 추가 비용을 요구한 거예요. 아버지는 당연히 고민했죠. 그 사이 브로커들이 딸에게 ‘국내에 들어와서 지원금을 받으면 그 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게 했어요. 그 뒤에야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죠. 아버지 측이 돈을 더 줄 수 없다고 하자 브로커 측에서 소송을 걸었어요. 요즘 국내 법원에 이런 소송이 제법 있거든요. 최근엔 브로커 쪽이 승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딸이 어른 되기 몇 개월 전 미성년자일 때 각서 쓴 점을 적극 주장해서 다행히 승소한 기억이 나네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탈북민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해요. 그렇다보니 탈북 청소년에 대한 지원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 친구들이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는 직업군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해요. 탈북 청소년들은 정원 외로 대학을 들어가기 때문에 좋은 학교를 갈 수 있지만, 대부분 적응을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요. 마냥 좋은 학교를 보내는 것보단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게 필요합니다. 요즘 남학생들은 기술을 많이 배우고, 여학생들은 간호학과를 많이 가요. 그리고, 탈북 청소년들을 도와주면서 오히려 제가 더 많은 걸 얻었습니다. 제가 많은 걸 해드리지 못했는데도 엄청 큰 것처럼 감사해주시거든요. 앞으로 더 노력해야죠.”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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