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위터 캡처
‘살아있는 자유의 여신상’, ‘수단의 잔 다르크’.
북아프리카 수단의 한 여성이 넉달째 이어지고 있는 대통령 하야 촉구 시위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아 90%에게 할례(성기절제)를 할 정도로 여성 인권 현실이 척박한 수단에서 용감한 몸짓으로 시위대를 이끄는 이 여성의 사진이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하면서다.
9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8일 수단 수도 하르툼 중심부에서는 수만 명의 수단인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30년 독재정권을 유지해온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때 한 여성이 차량에 올라 오른손을 치켜들며 “혁명”을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흰색 천을 둘러싸고 커다란 금색 귀걸이를 한 여성의 외양은 어둑해지고 있는 하늘과 대비돼 더욱 도드라졌다.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도 조금의 두려움도 없어 보이는 이 여성의 모습을 담은 영상은 이후 트위터 등을 통해 급속히 퍼졌다. 국적을 불문한 SNS 이용자들은 ‘#Sudan_Uprising’(수단 봉기)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수단 시위 소식을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이 사진은 수단 여성 인권 운동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 사진을 찍은 시위참가자 라나 하룬은 미국 CNN방송에 “그녀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려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외신들이 이 여성의 신원을 찾아나선 끝에 미국 매체 버즈피드와 아랍 언론들은 ‘알라 살라’라는 이름의 22세 건축공학도라고 보도했다.
수단에서는 지난해 12월 정부의 빵값 3배 인상 등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작된 뒤 대통령 퇴진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지난 6일 열린 시위는 밤샘 연좌시위로 이어져 며칠동안 계속됐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번 농성은 넉달 중 가장 큰 규모였으며 수단 정부의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 14명이 사망했다. 알라 살라의 영상이 찍힌 8일에는 정부가 위협 사격을 가하기도 했다. 시위대 측은 지난 넉달 동안 정부 진압으로 6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수단 주재 미국, 노르웨이, 영국 대사관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수단 정부가 정치적 전환을 위한 믿을 수 있는 계획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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