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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250만원이 해답일까"… 개인에게 '저출산' 책임 떠넘기는 사회

[이슈톡톡] 출산장려금 250만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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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07 07:30:00      수정 : 2018-12-07 14:46:22

정부가 내년 10월부터 모든 산모에게 출산장려금 250만원을 주기로 결정한 것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정부가 저출산 현상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 없이 ‘단기 처방식’으로 막대한 예산을 편성했다는 지적이다.

비판이 쏟아지자 여야가 부랴부랴 출산장려금 예산을 모두 삭감하는데 최종합의했으나 여론은 싸늘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내년 10월부터 3개월간 모든 산모에게 1인당 출산장려금 250만원을 한 번에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가 비판 여론에 직면하자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출산율을 늘리려면 주거, 일자리, 교육 등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이처럼 단순히 지원금 방식으로 접근하면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고 비판했다.

◆출산장려금에 1031억 편성...한국당 ‘1억원 지원’에서 250만원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당초 지난달 28일 내년 10월부터 3개월간 모든 산모에게 1인당 출산장려금 250만원을 한 번에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산모 약 33만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며 신규 편성된 예산만 1031억2500만원이었다. 3분기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95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함에 따라 정부가 조급한 마음에 ‘출산장려금’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단 분석이다.

이번 출산장려금은 자유한국당이 지난 9월 ‘출산주도성장론’을 부르짖으며 제안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출산 장려정책과 그 궤를 같이한다는 비판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9월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저출산 문제는 대한민국 존립을 위협하는 재앙이다. 아이를 낳으면 출산장려금 2000만원을 주고 이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총 1억원을 국가가 지원해 아이를 낳도록 하자”고 말했다가 ‘돈만 주면 여성이 출산하는 줄 아는 단순한 정책’이라며 여론의 질타를 맞은 바 있다. 실제 이번 ‘출산장려금 250만원’에 대한 아이디어도 자유한국당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12년간 예산 12배 증가했으나... 출산율은 오히려 ‘뚝’

정부의 예상대로 예산을 늘리는 게 출산율 증가에 효과가 있을까? 통계를 살펴보면 수년간 저출산 예산이 급격히 늘어났음에도 출산율은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2006년부터 수립됐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저출산 대책 예산은 2조1000억원 규모였다. 이는 매해 꾸준히 증가해 2017년에는 약 12배인 24조1000억원까지 불어났다.

반면 신생아 수 추이 및 합계출산율은 전반적으로 내림세를 지속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44만8200명이던 신생아 수는 2017년 35만7800명까지 감소했다. 합계출산율도 2006년 1.12명에서 2017년 1.05명으로 줄었다. 예산이 12배나 증가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여론 “출산장려 정책→삶의 질 제고 정책으로 변화해야”

정부가 저출산 정책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단순히 출산만 장려하기보다 출산-육아가 가능한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5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만 19~69세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저출산·고령사회 관련 국민인식조사’ 발표에 따르면, 저출산 정책의 방향을 기존의 출산율 목표의 출산장려 정책에서 국민의 삶의 질 제고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찬성 의견은 93.0%(매우 33.7%, 찬성하는 편 59.4%)로 반대 의견 7.0%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찬성 응답자들은 정부가 우선해야 할 정책으로 ‘일-생활의 균형’을 가장 먼저 꼽았다(23.9%). ‘주거여건 개선’(20.1%), ‘사회적 돌봄 체계 확립(14.9%)’, ‘출산 지원(13.8%)’ 등이 그다음이었다.

또한 응답자의 80.3%는 ‘자녀 출산 양육을 위한 여건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들은 출산 환경 개선이 필요한 여건으로 ‘높은 주택가격과 안정적인 주거 부족(38.3%)’, ‘믿고 안심할 만한 보육시설 부족(18.7%)’, ‘여성의 경력 단절(14.2%)’ 등으로 보았다.

◆전문가 “장기적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돼야”

“요즘 젊은이들은 내가 행복하고 내가 잘사는 것이 중요해서 애를 낳는 것을 꺼리는 것 같다.”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이 7일 중소기업 일·생활 균형 활성화 포럼에서 한 발언이다. 김 의원은 이어 “우리 부모 세대들은 아이를 키우는 게 쉬워서 아이를 많이 낳았겠는가”라며 “출산이 중요한 일이라는 가치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가치관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의원의 이러한 발언은 “저출산의 책임을 젊은 세대의 가치관 문제로 돌린다” “전형적인 꼰대의 주장” “현실을 모르는 기득권이니 저런 말을 한다” 등 거센 질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출산장려금 등 단기적 대책을 내놓기보다 중장기적 방향에서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게 우선이라고 꼬집는다.

방희명 남부대(사회복지학과) 교수는 6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상식적으로 250만원 던져주고 아이 낳으라고 하면 누가 낳는가. 국가가 정책적으로 출산에서부터 양육까지 쭉 부담이 없게끔 구조를 구축해놓아야 출산율이 오른다”며 “아빠도 엄마도 마음 놓고 일할 수 있고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정부 정책도 그런 쪽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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