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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의세상속물리이야기] 폭염과 신체의 열물리

대기 열, 체온보다 높다면 몸이 흡수 / 신체 온도조절 기능 깨져 열사병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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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26 23:23:08      수정 : 2018-07-27 14:15:30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 한반도가 익어간다. 40도에 육박하는 온도와 높은 습도로 인해 온열환자도 속출하고 있다. 체온보다 높은 온도의 무더위에 몸은 어떻게 반응할까.

열은 항상 고온에서 저온으로 흐른다. 열에너지의 전달은 접촉한 두 물체의 온도가 같아질 때까지 계속된다. 사람은 항온동물이기에 평시엔 열을 적절히 방출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열의 방출에는 땀의 분비가 큰 역할을 한다. 물이 대부분인 땀이 증발할 때 기화열이라 불리는 에너지가 필요하고 이를 신체로부터 앗아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요즘처럼 체온보다 높은 온도에 신체가 노출되면 오히려 대기의 열이 사람의 몸을 향해 전달된다. 대기와 같은 기체의 온도는 대기를 구성하는 분자가 가지는 평균 운동에너지에 비례한다. 즉, 온도가 높을수록 분자의 평균 속도가 높아진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분자가 신체에 부딪히면서 자신의 운동에너지의 일부를 몸에 전달한다.

사람의 몸은 급격한 온도 변화에도 어느 정도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다. 가령 섭씨 100도의 사우나에 들어가도 얼마간은 문제없이 버틸 수 있다. 이는 공기가 열을 전달하는 능력, 즉 열전도도가 낮기 때문이다. 기체는 액체보다 훨씬 희박하다. 같은 온도라 하더라도 기체에 노출된 피부에 공기 분자가 충돌하는 횟수는 액체 속 피부에 비해 현저하게 작다. 섭씨 100도의 물이 피부에 큰 화상을 입히더라도 섭씨 100도의 사우나 속에서 우리가 버틸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게다가 습기로 덮인 몸은 또 다른 방어막이다. 물은 비열이 높아 물의 온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는 물 특유의 수소 결합을 깨야지만 물분자가 활발히 움직이기 때문이다. 고온의 기체가 충돌을 통해 몸에 전달하는 열은 우선적으로 피부 위 습기의 온도를 높이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일정 시간 동안은 사우나 속 고온의 증기도 신체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러한 신체의 유연성도 장시간의 고온 노출에는 별다른 소용이 없다. 체온보다 높은 온도의 대기 속에 오래 있으면 결국 신체는 대기로부터 열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몸의 온도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열사병이 유발되고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게다가 요즘과 같은 높은 습도는 사태를 악화시킨다. 열의 발산에 효율적인 땀이 잘 증발하기 위해서는 대기 속 수증기의 양이 적어야 한다. 높은 습도로 인해 땀의 증발이 더디게 일어나면 신체의 열 발산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게다가 수증기가 피부 위에서 습기, 즉 물로 응결하게 되면 기화할 때 가지고 갔던 에너지를 다시 내놓기에 우리는 더위를 더 심하게 느낀다.

섭씨 40도 이상의 고열을 동반하는 열사병은 신체의 열 균형이 심각히 깨졌다는 신호다. 각국이 겪는 사상 초유의 폭염은 지구의 열적 균형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지고 있음을 시사하는지도 모른다.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복사에너지의 효율적 방출을 막는 온실가스의 축적이 야기할 지구의 평균기온의 상승, 이에 뒤따를 처참한 결과들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인류는 어쩌면 무너져가는 지구의 열적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가능성의 기로에 서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재현 한림대 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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