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치맥 즐기던 김 부장, 통풍에 ‘악’ 비명

입력 : 2018-06-03 19:15:10 수정 : 2018-06-03 22:19:4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중년 남성의 복병’ 증상과 치료법
회사원 임모(45)씨는 영업직인 업무 특성상 평소 술자리가 잦다. 그런데 지난달 갑자기 엄지발가락 관절 부분이 부어오르면서 심한 통증을 느꼈다. 통증은 며칠간 지속하다가 저절로 사라져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으나, 얼마 후 또다시 심한 통증이 시작돼 병원을 찾았다. 임씨가 받은 진단명은 통풍(痛風)이다. 참기 힘든 찌릿한 관절 통증을 유발하는 관절염의 일종이다. 40, 50대 남성이 주로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20대 젊은 환자도 늘고 있다. 방치할 경우 치명적인 합병증도 유발한다. 단백질과 지방이 많은 음식 위주의 식습관과 알코올 섭취 증가가 크게 영향을 미친다. 회식을 즐기는 중년 남성은 각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질환이라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만성 통풍환자의 손가락과 발가락. 혈중 요산은 우리 신체 중 체온이 낮은 곳에서 결정체로 만들어지므로 주로 손가락과 발가락에 잘 발생한다. 초기에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요산 결정체가 덩어리를 이루어 딱딱한 혹을 만든다.
을지병원 제공
◆관절염의 일종으로 10~20여 년 동안 쌓인 요산이 원인

통풍은 음식에 들어있는 퓨린이란 물질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찌꺼기인 요산이 10~20년 동안 혈액에 쌓이면서 관절에 염증을 일으켜 생기는 대사성 질환이다. 비만이나 과체중인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한다. 요산치가 높은 사람이 습관적으로 과식하거나 술을 자주 마시면 발작 형태로 통풍이 일어난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거나 수술 또는 무리한 운동으로 몸이 피로할 때도 체내 노폐물이 축적되면서 혈중 요산치가 올라 증상이 나타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유전되는 방식과 같이 다양한 인자의 영향을 받아 가족 내에서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전체 통풍 환자에서 가족력으로 발생하는 환자의 빈도는 대개 30~40% 사이에서 유전의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가족 중의 한 사람이 통풍이나 혈중 요산이 정상보다 높다면 한 번쯤 혈액검사로 요산치를 검사해 볼 필요가 있다.

◆환자의 90% 이상이 엄지발가락에서 증상 나타나

통풍은 약 85~90%가 한군데 관절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급성관절염으로, 주로 엄지발가락·발목·무릎 등 하지의 관절에 흔히 발생한다. 특히 엄지발가락은 통풍 환자의 90% 이상에서 관절염이 나타날 정도로 특징적 관절 부위이다. 발작이 있으면 해당 관절에서 손댈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통증을 경험하게 된다. 관절이 부어오르며 붉게 되거나 열감이 느껴진다. 통증이 너무 심해 밤에 잠을 못 이룰 정도이며, 심지어 신발을 신기조차 힘든 경우도 많다. 이런 증상은 발병 후 1~2일 동안은 통증과 염증이 점점 심해지다가 1~2주간에 걸쳐 저절로 좋아지기는 하나, 한번 경험한 사람에게는 통증발작이 재발하는 경우가 흔하다. 초기에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발작 횟수는 많아질 뿐만 아니라 요산의 결정체가 덩어리를 이루어서 피하조직에 침착하여 딱딱한 혹을 만들게 된다. 이렇게 생긴 혹은 귓바퀴와 팔꿈치, 발가락, 손가락 등의 관절 주변부에 잘 침착된다. 요산이 침착된 부위는 불룩 튀어나온 모양으로 보이는 통풍 결절이 생기게 된다. 통풍을 방치해 계속 혈중 요산 농도가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요산에 의한 요로결석이 형성되는 일도 있고, 신장 자체의 기능이 떨어져서 요산성 신병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통증 사라졌다고 치료 중단하면 합병증으로 고생

통풍은 요산이 몸 안에 쌓여서 생기는 만큼 치료를 위해서는 요산의 형성을 억제하거나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요산 이뇨제와 요산 합성 억제제가 사용된다. 을지병원 류마티스내과 허진욱 교수는 “약을 복용하면 요산치가 내려가지만 수치가 내려갔다고 해서 환자 마음대로 약의 복용을 줄이거나 멈추어서는 안 된다”며 “평소 통풍을 유발시키거나 악화시키는 요인인 과식, 음주, 흡연, 심한 운동을 삼가고 퓨린 함유가 많은 내장, 거위, 등푸른 생선, 메주 등의 식품보다는 퓨린이 거의 없는 쌀·밀가루 등의 소맥류나 김·다시마 등의 해조류, 채소류 등을 섭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술은 혈중 요산의 합성을 증가시키고 소변으로의 배설도 억제해서 급성발작 발생률을 증가시키므로 가급적 삼가야 한다. 술 종류 중에서도 맥주는 구아닌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요산이 더욱 증가해 증류주보다 좋지 않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자료에 따르면 통풍환자 증가 추세 속 특히 20대 남성 환자가 급증한 원인이 치맥 탓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름진 닭튀김에 요산 수치를 높이는 퓨린을 함유한 맥주를 마시는 치맥은 통풍의 대표 위험인자 임이 확인된 셈으로 여름 치맥 철을 앞두고 주의가 요구된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