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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외국인 노동자 눈물 담긴 '메이드 인 재팬'

입력 : 2017-08-16 16:01:01 수정 : 2017-08-16 16: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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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손부족으로 해외인력을 들이는 일본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살인적인 노동을 강요하는 것으로 현지 언론 취재에서 드러났다.
일본에 실습생신문으로 입국한 외국인은 2017년 7월 기준 21만여 명이다.
지난 1일 도쿄TV가 특집 보도한 ‘방송(메이드인 재팬)’에 따르면 ‘외국인 기능 실습생’ 신분으로 일본에 건너온 외국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일본 사회에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인 기능 실습생제도는 일본 경제인연합회와 정부가 주도로 일손이 부족한 산업현장에서 기술을 가르친 후 채용하는 제도다. 일본에 실습생 신분으로 입국한 외국인은 2017년 7월 기준 21만여 명에 달한다.

제도의 취지를 놓고 보면 기업과 근로자가 서로 이익을 취하며 상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습생이라는 신분을 악용해 부당한 대우를 서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 외국인 실습생에게 정규직 근로자와 같은 수준의 업무를 요구하며 급여는 일본 최저시급의 절반인 시간당 약 400엔(약 4000원)을 지급하고 있다. 또 이들에게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근무를 강요하는 등 상식을 벗어나고 있다.

이 같은 살인적인 근무를 강요함에도 쉬는 시간은 없다시피 했으며 휴일은 매월 단 하루였다. 그러면서도 급여와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 생활마저 위협하고 있어서 현지 언론은 ‘외국인 노예노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 기후현 외국인 상담센터에는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듯 “연간 100명이 넘는 외국인이 업주의 횡포에서 도망쳐 나와 도움을 요청한다”고 실상을 고발했다.
기후현 외국인 상담센터에는 매년 100명이 넘는 외국인 근로자가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일본 기업의 횡포는 소셜 미디어(SNS)에서 처음 거론된 후 현지 언론 취재로 참담한 실상이 드러났다.

도쿄TV가 SNS에서 입수한 외국인 피해 사례를 보면 노동법을 위반한 장시간 근로와 임금 체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 중국인 실습생은 1개월간 198시간의 초과근무를 했음에도 급여는 고작 13만 8900엔(약 143만 3600원)에 그쳤다. 또 임금을 제때 주지 않아 체납임금 총액은 외국인 근로자 1인당 무려 620만엔(약 6401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과 인터뷰한 외국인 노동자는 “밀린 급여를 회사에 요구했지만 사장은 월급 줄 돈이 없다며 파산(신청)해 앞날이 막막하다”는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들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체납은 현지 생활을 위협하는 것을 넘어 일본으로 건너오기 전 큰 빚을 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본국으로 돌아가기조차 어렵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여성 의류 봉제 공장에서 일한 캄보디아 연수생은 “연수비, 항공료, 생활비, 수속비 등으로 약 100만엔(약 1000만원)의 빚을 지고 일본에 건너왔다“며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러한 현실을 벗어나는 방법은 도망치거나 스스로 납득하고 그들의 노예가 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캄보다아인 실습생은 "현실을 벗어나는 방법은 도망치거나 스스로 납득하고 그들의 노예가 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일본 변호사회 이부스키 쇼이치는 “실습생 제도에 큰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표면적으로는 '부당한 행위를 당했을 때 이직할 수 있다'고 되어있지만, 실질적으로 이직이 쉽지 않고 기업주들이 이러한 정보를 공유해 채용하지 않는 등 외국인 노동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는 일부 기업주가 시급을 적게 주거나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는 등 법을 악용하고 있다”고 문제시했다.

현지 언론들은 ‘메이드 인 재팬’이라고 당당히 찍힌 제품 중에는 외국인 실습생들의 희생과 피눈물이 섞여 탄생한 것이라며 일손 부족으로 외국인 노동력을 유치하고 있지만 뒤에서는 악의적인 행동으로 그들을 마치 노예처럼 부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대외 이미지 실추는 물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개탄했다.
일본 도야마현 히미시 봉제 공장 중국인 실습생 폭행 사건. 기업주는 심한 욕설을 하며 쇠파이프 의자 등으로 여성을 구타했다. 여성은 폭력에 못 이겨 실신했다. (NHK 보도)
한편 이러한 문제가 처음 거론된 SNS에서 한 시민은 “자신만의 이익을 생각하는 경영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게됐다”며 “일본이 어쩌다 이런 나라가 돼버린 지 모르겠다”는 씁쓸한 감정을 드러냈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하고, 실습생 신분이라는 이유로 상식에 벗어난 근무를 강요하는 일부 경영자의 욕심이 모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 도쿄TV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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