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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3만명 시대] 새터민? 귀순자?… 호칭 정리 안 돼 혼란

입력 : 2016-10-02 19:35:49 수정 : 2016-10-02 21: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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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공식 용어는 ‘북한이탈주민’ / 관공서·언론·학계선 입맛대로 지칭 ‘탈북자’, ‘북한이탈주민’, ‘새터민’, ‘탈북민’, ‘귀순자’···.

북한을 탈출해 국내로 들어온 사람들이 3만명에 육박하지만 여전히 이들에 대한 호칭 정리가 안 돼 혼란을 빚고 있다. 통일부는 ‘북한이탈주민’을 공식용어로 사용하고 있지만 관공서나 학계, 언론에선 입맛대로 불러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2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따르면 2000년부터 현재까지 국내 학위나 학술지에 게재된 북한 관련 논문 중 북한이탈주민이라고 표현한 논문은 1052개였다. △탈북자(539개) △새터민(356개) △탈북민(182개)이라고 쓴 논문도 많았다. 올해 등록된 논문에도 북한이탈주민(130개)과 탈북자·새터민 등(106개)의 표현이 뒤섞였다.

언론 또한 마찬가지다. 2010년 1월부터 최근까지 네이버 등 대형포털에 서비스된 뉴스 중 탈북자로 표기한 기사가 9만5461건으로 가장 많았다. △북한이탈주민(4만1814건) △새터민(2만5708건) △탈북민(1만6532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탈북민이 많지 않았던 1990년대 이전에는 ‘귀순자’나 ‘귀순용사’로 썼다. 이후 남한으로 넘어오는 북한주민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탈북자’라는 용어가 생겨 현재까지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어감 때문에 통일부는 2004년 국민 공모를 통해 ‘새로운 터전에 정착한 주민’이라는 뜻의 ‘새터민’이란 단어를 만들었다.

통일부는 그러나 2008년 “새터민이란 단어를 가급적 자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탈북민이 “새터민은 탈북민을 먹고살기 위해 넘어온 사람들로 매도한 단어”라고 반발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북한이탈주민을 공식용어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탈’이란 단어의 어감도 문제로 지적돼 2013년부터는 ‘탈북민’을 약어로 인정해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용어가 다양하다 보니 일선에선 관련 정보 검색이나 행정 처리에 문제가 생기곤 한다.

일각에서는 이들에게 별도 호칭을 붙여주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 용어에 불과한 단어들이 ‘대한민국 국민’의 범주 안에 들어 온 탈북민을 ‘남한 사람’과 구분짓고 있다는 것이다. 2007년 중국을 경유해 한국 땅을 밟은 이모(42·여)씨는 “부산에서 온 서울 사람이 있듯 나는 북한에서 온 서울 사람일 뿐”이라며 “그러나 10년, 20년이 지나도 탈북자란 꼬리표를 떼기 힘들 것 같다”고 꼬집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헌법상 북한 주민은 모두 (호칭에 상관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민간영역의 호칭까지 강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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