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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물성과 비물성의 관계속에서 만들어지는 것”

입력 : 2016-09-06 20:34:16 수정 : 2016-09-06 20: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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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서 30일까지 조각전 여는 애니시 커푸어 인도 출신의 세계적인 스타 작가인 애니시 커푸어(62)는 늘 지극히 물리적인 것이 비물질적일 수 있다는 명제에 충실한 작가다. 예술의 고차원적인 목표는 비물질성이라는 점에 동의를 한다. 그가 비정형과 빈공간에 집착하는 이유다.

“예를 들어 흙덩어리로 항아리를 빚는 경우다. 항아리에는 빈 공간이 만들어진다. 손에 잡히는 물성(찰흙)으로 비현실적인 요소(빈 공간)를 창조한 것이다.” 그는 이와 같이 예술은 물성과 비물성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내 작품에서 손에 잡힐 것 같지 않은 부분이 중요하다. 비물질성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주변 사물과 인물을 초현실적으로 반사하는 그의 비정형의 작품들이 그렇다. 시공감각 이면의 영적인 요소를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신작 ‘트위스트’시리즈와 함께 한 인도 출신의 영국 조각가 애니시 커푸어. 그는 물질이 갖는 정신성을 탐구해온 현대 미술의 거장이다.
9월30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트위스트’ 시리즈가 대표적 사례다. 거울처럼 매끈하게 얼굴이 비치는 스테인리스 강철을 가공한 조각으로, 특정 방향에서 강한 힘이 가해진 것처럼 꼬이거나 휘어진 형태를 하고 있다. 조각들은 매우 단순한 형태지만 주변사물을 반사해 만들어내는 아우라는 그 어떠한 복잡한 조각보다 울림이 크다. 티끌 한 점 없이 깨끗한 표면에 비친 대상은 위아래가 뒤집어지거나 일그러져 있는데,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거울 안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은 느낌에 빠져들게 된다. 사람과 공간이 서로 뒤엉키며 파도처럼 일렁거리기도 한다. 작품 표면에서 관람객이 발길을 옮길 때마다 공간과 어우러지며 색다른 이미지를 쉼 없이 뿜어낸다.

“나는 눈에 보이는 작품의 물질적인 상태를 뛰어넘어 그 이면에 자리 잡은 보이지 않는 공간에 늘 주목을 한다.”

그의 작품은 단순 간결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심심한 예술을 하자는 게 아니라 단순함에 더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단순한 것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은 것이다.

그는 참선과 명상도 즐기고 있다. 그렇다고 작품과 직접 연관시켜 보는 것은 무리다. 본인도 선을 긋고 있다. 


색의 우물에 빠져들어 갈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원반형태의 ‘군집된 구름’ 시리즈.
“‘내가 오늘 영성적인 작품을 만들어야지!’ 하고 목표를 세우고 만드는 사람은 없다. 영성은 쉽게 구현해 내기 어렵다. 다만 오브제를 중심으로 풀어갈 뿐이다.”

그의 작품 중에는 원반형태의 것들도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평평한 빈 공간의 느낌을 준다. 블랙홀 같은 신비감을 준다. 대표작 ‘하늘거울(Sky Mirror)’도 검은색 안료로 칠해져 있어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을 떠올리게 한다. 구름과 하늘도 손에 잡을 수 없는 비정형에 맞닿아 있다.

“내 작품에서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이 중요한 테마다. 조각의 역사는 물질의 역사라 할 수 있지만 물질 안에는 비물질적인 속성도 있다. 사람들은 바로 이 부분을 영적이라고 한다. 인간인 우리가 예술을 통해 영적인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는 물질의 물리적 본성에 아주 작은 변화를 가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지각이 전환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것이 예술의 미덕이라 했다. 영국의 한 기업이 개발한 반타블랙(VantaBlack)의 사용권을 독점하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반타블랙은 빛을 99.96% 흡수할 수 있어 ‘세상에서 가장 검은 색’으로 알려져 있다.

“반타블랙은 너무나도 까맣기 때문에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꿈 같은 색상이다. 신비롭고 초월적이기 때문에 ‘비정형’ 표현에 적합한 재료다. 대형작품에 사용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모든 예술가는 작업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작업을 하기 위해 꿈을 꾼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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