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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창살 없는 감옥"… 구멍 뚫린 암 생존자 관리

관련이슈 암 이후의 삶 홀로 싸우는 사람들

입력 : 2016-07-06 19:24:06 수정 : 2016-07-06 20: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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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이후의 삶] 홀로 싸우는 사람들 /정부 ‘암과의 전쟁’만 치중… ‘치료 이후의 삶’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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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 ‘사망선고’나 다름없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암 환자 10명 중 6명은 암 진단 후 5년을 넘기지 못했다. 짧은 기간에 암 생존율이 70%에 이른 것은 1996년부터 진행된 ‘암정복 10개년 계획’의 힘이 컸다. 정부는 2006년 제2기 암정복계획(이하 2기 암계획)을 발표하며 2015년 암 생존율을 54.0%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이것만 놓고 보면 목표를 초과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국가 암 정책이 ‘암과의 전쟁’에 집중되다 보니 전쟁을 치르고 난 ‘암 생존자’의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이 때문에 암 생존자들은 우울증과 후유증, 사회적 고립 등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또 다른 고통에 맞서 홀로 ‘2차 전투’를 치르고 있다. 

◆‘공염불’에 그친 암 생존자 정책


정부는 2기 암계획에서 암 생존자의 삶의 질과 관련해 △직업복귀 기능향상 프로그램 보급 △2차암 조기검진 프로그램 △전문형 지역암센터 지정 △암 환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을 정책으로 내건 바 있다. 그러나 계획대로 진행된 것은 거의 없다.

정부는 암 생존자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직업복귀 기능향상 프로그램을 2008년까지 개발하기로 했지만 10년 동안 감감무소식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우리 부처만 나서서 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고 다른 부처와 협조가 필요한 사항이어서 크게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2차암 조기검진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이 제도를 도입해 2015년 수혜율 80%를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아예 도입조차 안 됐다. 복지부는 “암 생존자의 2차암 위험에 관한 국내 논문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암 생존자의 2차암 가능성이 크다’고 확실히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가 암 통계가 1999년부터 작성된 만큼 데이터가 좀 더 쌓이면 (제도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설명대로라면 10년 전 2기 암계획을 발표할 때부터 탁상행정으로 마련한 ‘공수표’를 날린 셈이다. 

전문형 지역암센터는 암 환자의 서울 쏠림을 완화하고 지방의 암 생존자들이 치료 이후 지역 거점 병원에서 적절한 관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부분이다. 정부 역시 2012년 20개, 2015년 34개를 지정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목표치의 3분의 1 수준인 12곳만 운영 중이다.

본지가 입수한 ‘지역암센터 중심의 암 생존자 통합지지서비스체계 개발 연구’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거점 병원들도 어려움이 많다. 이들 병원은 △협력체계를 맺기 위한 시간 및 재원이 부족하다(77.3%) △상호협력을 위한 체계화된 공식 대화 채널이 없다(61.4%) △대상 부서와 의사소통이 어렵다(51.4%) 등의 다양한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이렇다 보니 ‘암 환자 자체 충족률’(암 환자가 해당 지역 의료기관을 이용한 비율)은 경북 27.5%, 충남 35.2%, 경남 48.1%, 충북 48.7% 등에 불과하다.

진료비 부담도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정부는 암 질환의 건강보험 보장률(전체 의료비 중 국가가 부담하는 비율)을 2015년까지 80%로 높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암 보장률은 2011년 72.6%, 2012년 74.1%, 2013년 72.7%, 2014년 72.6%로 제자리다.

◆갈 길 먼 암 생존자 지원책

암 생존자 지원 프로그램은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부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암건강증진센터는 암 생존자의 만성질환 및 2차암 관리서비스를 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2014년 암치유센터를 설립해 암 재활, 스트레스 관리, 상담 등 통합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 등도 비슷하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나 지원 없이 민간 자체적으로 운영되면서 한계가 많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가 모여 환자 상태를 살피는 ‘통합지지의료’가 자리 잡으려면 진료 수가가 현실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학병원 관계자는 “아주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진료가 평균 3분이라고 하면 30분에 환자 10명을 보지만 통합지지의료를 하면 환자 1명 보는 데 30분이 걸린다”며 “대여섯명의 의사가 그 시간 동안 환자 1명을 치료하는 만큼 수가가 오르지 않고서는 보편적인 진료 모델로 자리 잡기 어렵다”고 전했다.
의사들의 인식도 문제다. 양은주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팀이 지난해 발표한 논문을 보면 재활전문의 가운데 33%만이 암 전문의로부터 협진 의뢰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활프로그램 활성화가 어려운 이유로는 ‘암 환자 재활 효과에 대한 재활의들의 지식 부족’(87.6%·복수응답), ‘암 재활에 대한 암 전문의의 의식 부족’(85.6%)이 꼽혔다. ‘정부 보건정책 부재’(96.9%), ‘재정지원 부족’(92.8%), ‘의료장비 부족’(86.5%) 등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의견도 많았다.

특별기획취재팀:윤지로·김유나·이창수 기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환자들의 이름은가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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