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실장. 우리 회사가 은행으로부터 운영자금을 대출받을 때 내가 보증을 섰지?” “네. 그렇습니다.” “우리 회사가 청산되면 내가 그 보증채무를 꼼짝없이 물어내야 될 것 아닌가?” 김 실장은 회장이 무슨 의도로 말을 했는지 간파했다.
“그래서 저희가 방안을 마련해 놨습니다. 우리 회사가 은행으로부터 빌린 대출금을 갚도록 재원을 만들어 줄 계획입니다.” “어떻게?” “자산이 건전한 우리 그룹 계열사가 우리에게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문제가 생기지 않나?” “계열사 부당지원이라고 시비를 걸 겁니다. 그래서 유상증자 형식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유상증자?” “네. 우리 회사가 유상증자를 하고, 그룹 회사가 신주를 인수하는 식으로 대금을 지급하면 우리는 그 대금으로 은행차입금을 갚아버리는 겁니다.” “우리 회사 주식가치는 거의 제로 아닌가?” “저희끼리 알아서 고가로 평가해 매입해주면 됩니다.” “그래? 내 보증채무가 말끔하게 해소되도록 처리해.”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
최근 ㈜○○파워의 수상한 유상증자로 오너 일가가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이 그 예이다. ㈜○○파워는 다른 ○○그룹 계열사와 달리 자산건전성이 높아 액면가 5000원인 주식가치가 8만원에 달한다는 회사이다. 그런 회사가 유상증자를 해 주주에게 배정한다면 당연히 신속히 신주인수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96%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기존 대주주인 ㈜○○시멘트가 주겠다는 주식을 받지 않고, 오히려 그룹 내 다른 계열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인수했다. 그런데 그 계열사는 ○○그룹 오너 일가가 영향력을 미치는 회사이고, 더구나 경영상태가 좋지 않아 유동성 위기에 몰려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를 동원했다는 의혹을 사기 알맞다. 현재 ㈜○○시멘트는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다. 만일 ㈜○○시멘트가 ㈜○○파워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면 ㈜○○파워를 매각해 상당한 자금을 유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위 경우처럼 고가의 신주를 저가에 인수하게 함으로써 이익을 얻게 하는 경우도 있고, 저가의 신주를 고가에 인수해 줌으로써 이익을 부여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든 세법으로는 그 이익을 증여재산으로 간주해 증여세를 과세하도록 돼 있다. 증여세를 회피하고자 애당초부터 의도했다면 사기나 부정한 행위로 보아 조세포탈죄 여부도 문제가 될 것이다. 그룹 오너의 사고와 영향력 행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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