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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춘의세금이야기] 어느 대기업의 이상한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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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1-19 21:21:54 수정 : 2013-11-19 22: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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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기업 회장이 기획조정실장을 불렀다. “우리 회사 당기 순손실이 어떻게 되나?” “심각합니다.” “회사를 청산할 정도로?” “네.” “….” 회장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김 실장. 우리 회사가 은행으로부터 운영자금을 대출받을 때 내가 보증을 섰지?” “네. 그렇습니다.” “우리 회사가 청산되면 내가 그 보증채무를 꼼짝없이 물어내야 될 것 아닌가?” 김 실장은 회장이 무슨 의도로 말을 했는지 간파했다.

“그래서 저희가 방안을 마련해 놨습니다. 우리 회사가 은행으로부터 빌린 대출금을 갚도록 재원을 만들어 줄 계획입니다.” “어떻게?” “자산이 건전한 우리 그룹 계열사가 우리에게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문제가 생기지 않나?” “계열사 부당지원이라고 시비를 걸 겁니다. 그래서 유상증자 형식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유상증자?” “네. 우리 회사가 유상증자를 하고, 그룹 회사가 신주를 인수하는 식으로 대금을 지급하면 우리는 그 대금으로 은행차입금을 갚아버리는 겁니다.” “우리 회사 주식가치는 거의 제로 아닌가?” “저희끼리 알아서 고가로 평가해 매입해주면 됩니다.” “그래? 내 보증채무가 말끔하게 해소되도록 처리해.”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아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렸는데 갚을 길이 없자 아버지가 자신의 보증채무를 해소하기 위해 생각해 낸 것이 아무런 가치도 없는 아들의 물건을 고가로 사주고 아들은 은행에 채무를 갚는 식이다. 간단하게 비유하자면 이렇다. 계열사를 많이 가진 그룹의 회장도 아버지와 같다. 그들이 자주 사용하는 것이 유상증자이다. 이와 반대의 경우도 있다. 아들이 이익을 보도록 하는 경우이다.

최근 ㈜○○파워의 수상한 유상증자로 오너 일가가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이 그 예이다. ㈜○○파워는 다른 ○○그룹 계열사와 달리 자산건전성이 높아 액면가 5000원인 주식가치가 8만원에 달한다는 회사이다. 그런 회사가 유상증자를 해 주주에게 배정한다면 당연히 신속히 신주인수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96%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기존 대주주인 ㈜○○시멘트가 주겠다는 주식을 받지 않고, 오히려 그룹 내 다른 계열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인수했다. 그런데 그 계열사는 ○○그룹 오너 일가가 영향력을 미치는 회사이고, 더구나 경영상태가 좋지 않아 유동성 위기에 몰려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를 동원했다는 의혹을 사기 알맞다. 현재 ㈜○○시멘트는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다. 만일 ㈜○○시멘트가 ㈜○○파워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면 ㈜○○파워를 매각해 상당한 자금을 유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위 경우처럼 고가의 신주를 저가에 인수하게 함으로써 이익을 얻게 하는 경우도 있고, 저가의 신주를 고가에 인수해 줌으로써 이익을 부여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든 세법으로는 그 이익을 증여재산으로 간주해 증여세를 과세하도록 돼 있다. 증여세를 회피하고자 애당초부터 의도했다면 사기나 부정한 행위로 보아 조세포탈죄 여부도 문제가 될 것이다. 그룹 오너의 사고와 영향력 행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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