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인천 계양을 공천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6·1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이 의원이 자신의 계양을 공천을 압박했다고 폭로했다. 박 전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선거 당시 이 의원이 계양을에 자신을 공천해 달라고 직접 요청했다. 내게 전화해 본인을 (계양을로) ‘콜’해 달라고 압박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당시 “지도부가 출마를 요청해 이 의원이 동의한 것”이라고 설명한 것과 상충한다. 충격적인 일이다. 이 의원이 그를 비대위원장에 앉힌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당 안팎에서 이 의원에 대한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당시 비대위원이었던 조응천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박 전 위원장이 비대위 모두 발언으로 ‘이 의원은 6월 보궐선거에 나와야 할 뿐만 아니라 지방선거도 책임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던 날, 사전 회의에서 모든 비대위원들이 오해받을 우려가 있다고 극구 만류했었다”며 “비대위 시절 유독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후보 컷오프 결정 번복과 이 의원 계양을 공천에 대해서는 비정상적이라 생각할 만큼 집요하게 집착했던 박 전 위원장의 사정이 이해가 됐다”고 당시 상황을 거론했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강병원 의원도 SNS에 글을 올려 “박 전 위원장의 증언이 사실이면, 이 의원은 당이 요청하지 않았음에도 당의 위기를 빙자해 스스로 공천하고 지역구까지 찍은 것”이라며 “셀프·무염치 공천”이라고 직격했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사실이라면 ‘방탄조끼가 필요해 누울 곳을 찾다 송 전 대표의 자리를 빼앗은 게 아니냐’는 의심도 확신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 의원 사당(私黨)이냐”라고 비난했다.
당 지도부는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이전 지도부의 공천 과정에 대한 조사권은 없다”면서 “비대위원장 시절 생긴 일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넘길 일이 아니다. 당에 대한 신뢰가 걸린 엄중한 사안이다. 사실이라면 유권자들을 우롱한 것 아닌가.
이 의원은 대선 패배 이후 사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무리해서 국회의원이 됐다는 의혹을 받는 데다 당 대표 경선에도 나섰다. 그런 만큼 직접 입장을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다면 마땅히 감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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