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사태가 51일 만에 일단락됐다. 하청지회와 협력업체 대표단은 지난 22일 임금 4.5% 인상과 폐업 사업체에 근무했던 조합원의 고용 승계에 합의했다. 복합경제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파업이 공권력 투입 없이 노사 합의로 타결된 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쟁점이었던 손해배상 청구 등은 갈등의 불씨로 남았다.
대우조선 파업은 한국경제의 최대 약점인 노사 관계의 후진성과 조선업의 고질적 병폐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선박건조 때 설계·관리를 빼곤 용접·절단 등 노동집약 업무는 하청업체가 맡는데 이런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저임금·중노동에 시달려왔던 게 현실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번 파업에 반대하며 노·노 갈등까지 빚어졌다. 원청인 대우조선과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뒷짐만 진 채 수수방관하며 화를 키웠다.
이번 사태에서 노사 모두 패배자다. 장기간 선박 건조가 차질을 빚으면서 대우조선은 8000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했다. 선박 납기 지연 때 배상금을 물어야 하고 기업 신뢰도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노조도 얻은 게 없다. 하청지회는 그동안 임금 30% 인상과 상여금 300% 지급 등을 요구했지만 실제 임금인상 폭은 비노조원들의 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런 정도라면 노사 간 대화로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독 점거·고공농성 등 과격 투쟁으로 문제를 풀려는 파업만능주의에 집착하다 민·형사상 책임을 떠안아야 할 판이다.
정부는 불법 점거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 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한다고 했다. 대우조선도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태세다. 불법 파업에는 상응하는 대가가 따른다는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게 급선무다. 하지만 조선업계에 만연한 다단계 하청 구조와 저임금 체계를 방치해서는 이런 사태가 언제든 재발할 게 뻔하다. 대우조선은 지금까지 11조원대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는데도 최근 10년 누적 적자가 7조원을 웃돈다. 지금으로서는 살길이 막막하다. 그렇다고 ‘혈세 먹는 하마’로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국민 세금 1원도 추가 지원할 수 없다.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말에 그쳐선 안 될 일이다. 산업정책의 큰 틀에서 불합리한 하청 구조를 개선하고 분리매각 등 근본적인 구조 개선 방안을 짜야 한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대우조선의 실상을 바로 보고 자구책 등 고통 분담과 회생 방안에 관해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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