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기로 하면서 이와 관련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바이두와 LG전자 등 전기차 사업 계획을 밝힌 다른 기업들 또한 주식 시장에서 반응이 뜨겁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애플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주가가 2.8% 상승하며 나스닥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애플이 2024년을 목표로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적용한 전기차 ‘아이카(가칭)’ 제조에 나선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애플 시가총액은 2조1801억달러에서 2조2422억달러로 620억달러가 증가했다.
이는 애플과 관련한 국내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증시에서 ‘첨단운전보조시스템(ADAS)’을 개발하는 만도와 ADAS에 사용되는 카메라와 통신 모듈을 만드는 LG이노텍의 주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의 투자포인트는 더 이상 아이폰 판매 증가가 아니다”며 “영업이익에서 아이폰의 비중은 점차 하락하는 데 반해 애플카향 카메라, 3D센싱모듈, 소형모터 등 공급 가능성이 열려 있어 중장기 전장부품 사업부의 성장 동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캐나다의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을 생산하기 위한 합작법인(JV)을 세우기로 했다. LG전자의 전기차 핵심 부품 제조 소식이 전해지면서 LG전자 주가는 최근 상한가를 기록했다. 배터리(LG화학)와 차량 통신용 부품(LG이노텍) 등 LG의 다른 계열사와 낼 시너지 효과에도 이목이 쏠린다.
2017년부터 자율주행차 ‘아폴로’를 개발해온 중국의 바이두는 최근 아폴로 포럼에서 내년 관련 플랫폼과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바이두는 3년 안에 아폴로 OS(운영체제)를 탑재한 전기차가 1억대 이상일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두는 자율주행 관련 기술력의 향상을 위해 새로운 교통 인프라 건설과 스마트맵, 차량용 OS 개발 등에 주력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에서 이러한 ICT기업의 기술력 향상은 준기차 기업들의 주가를 띄우는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 바이두의 전기차 시장 진출 가능성이 제기된 지난 15일 미국에 상장된 중국의 전기차 기업 샤오펑과 니오, 리오토의 주가가 3~6% 상승했다. 하나금융투자의 백승혜 연구원은 “화웨이가 주도하는 통신산업의 기술력이 향상됨에 따라 자율주행에 필요한 V2X 통신기술 표준도 미국보다 먼저 채택했고, 상해자동차 등 전기차 기업이 내년 초 3단계 자율주행 차량의 양산 가능성을 비치고 있다”며 “글로벌 기술이 탑재된 중국 전기차가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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