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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경험 못한 ‘닥쳐 공화국’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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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2-15 06:00:00 수정 : 2020-12-15 07: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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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행사는 예외…집회·표현의 자유 제한도 이중잣대
5·18 역사왜곡처벌법,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대북전단살포금지법…'닥쳐 3법' 입법화
코로나19 핑계로 필리버스터 종결…야당 '입'에도 재갈 물리기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자유란, 사람들에게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들을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조지 오웰이 1945년 출판한 ‘동물농장’ 서문에서 강조한 자유의 가치다. 오웰이 동물농장으로 빗댄 스탈린 독재 시대의 옛 소련. 전체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주의 국가에선 표현의 자유가 봉쇄된다. 동물농장은 자유·평등을 위한다는 혁명의 패러독스를 풍자한다. “더 나은 세상으로 가자”며 동물들이 인간을 쫓아냈지만, 리더의 배신으로 복종의 세상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국민은 ‘닥치고 마스크’ 했는데 국가 주도 'K-방역'은 휘청 

 

지난 9월 나온 ‘좁은 회랑(Corridor)’은 어떤 국가가 성공하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막기 위해 강력한 괴물(리바이어던)이 필요하다는 홉스의 국가론에서 저자(애스모글루와 로빈슨)들의 논의는 출발한다. 야누스의 리바이어던은 사회와 균형을 못 맞추면 통제에 탐닉한다. 국가 권력이 비대해져 시민 자유가 숨 막히는 ‘독재 리바이어던’이 된다. 그 사례로 소련과 나치 독일, 중국이 꼽힌다. 반면 ‘족쇄 찬 리바이어던’은 늘 견제당하며 사회와 조화한다. 성공의 좁은 회랑에 들어가 안착할 수 있는 유형이다. 스웨덴과 미국이 해당한다. 국가와 개인이 충돌하는 팬데믹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마스크 착용.” 올 한해 이어진 코로나19 사태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닥치고 마스크’는 전 국민의 DNA가 됐다. '노마스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방역지상주의가 사회를 덮치고 헌법도 건들려 한다.

 

집회·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다. 그러나 방역을 위해선 제한되는 게 현실이다. 특히 반정부 집회는 어림없다. 다만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행사는 예외다. 코로나정국에선 불공정이 심해도 도리가 없다.

 

◆대북전단금지법 통과···‘닥쳐 3법’ 마침표 

 

14일 밤 ‘김여정 하명법’으로 조롱받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5·18 역사왜곡처벌법과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이어 ‘닥쳐 3법’ 입법화의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지난 11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서 “3가지 법에는 특성이 있다”며 “국가가 개인에게 ‘닥쳐’라고 하는 느낌의 ‘닥쳐법’”이라고 명명했다. 그러면서 “나라를 뒤로 가게 만드는 법”이라고 꼬집었다.

대북전단을 날리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닥쳐법의 통과로 북한에 인권 탄압의 실상을 비판하는 내용을 퍼뜨리거나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하면 처벌받을 수 있게 됐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체험한 당사자인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나는 5·18을 왜곡한다. 처벌해 달라”며 법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대북전단금지법이 시민의 자유를 무시했다며 “통과되면 한국도 감시 대상”이라고 경고했다.

 

◆與 “필리버스터는 직무유기”···코로나 핑계로 野 재갈 물려 

 

야당이 정부를 비판하는 합법적 권리도 묵살당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앞서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서를 표결로 처리했다. 거여의 힘을 앞세워 전날에 이어 국민의힘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를 또 강제로 막은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의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의 종료 여부에 대한 표결 선언에 모두 퇴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19 대확산에도 무제한 토론만 하는 것은 국회의 직무 유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회가 할 일은 방역, 피해 지원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버스터는 총 6일째다. 야당의 의사 표시는 이미 할 만큼 했다”며 “어제 국정원법 무제한 토론을 종결시킨 것도 코로나 대응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야당을 존중한다. 필리버스터를 종료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며칠 만에 말을 바꾸며 돌변한 것이다. 그리고선 코로나19를 핑계로 되레 야당의 입을 틀어막았다. 방역이 만병통치약인 셈이다. 대북전단금지법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법 개악의 부작용 등을 필리버스터를 통해 지적하는 건 야당의 책무다. 여당 원내대표의 직무유기 발언은 궤변이자 억지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연합뉴스

거여의 ‘입법 독재’로 민주주의 근본인 표현의 자유가 잠식당하고 있다. 한 번도 경험 못 한 ‘닥쳐 공화국’이 출현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허범구 기자 hbk10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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