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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유산’ 거덜 내는 문재인·추미애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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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2-08 06:00:00 수정 : 2020-12-08 11: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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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와 희생, '노무현 정치' 바탕… '원칙' 재차 강조도
문재인 정부, '내로남불' 일상… 편 가르기로 나라 쪼개져
'위·탈법 논란' 추미애, '노무현 정신' 정반대 행보로 일관
'원조 친노' 이광재 "노 대통령, 틀림없이 뭐라고 했을 것"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부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노무현 유산’ 거덜내는 문재인과 추미애

 

16대 대선을 코앞에 둔 2002년 11월.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은 국민통합21과 대선후보 단일화를 놓고 벼랑 끝 협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치킨게임 같던 줄다리기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끝냈다. 자신이 주장해온 국민참여 경선을 포기하고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식을 수용했다. 통합21 정몽준 후보가 원하던 대로다. 단일화 결과는 노 후보의 승리였다. ‘버리는 정치’가 국민에게 감동을 줬다는 게 중평이다. 양보·희생은 ‘노무현 정치’의 바탕이다.

 

◆버리는 정치와 원칙···지역갈등 해소 전념  

 

‘원칙’도 대표 브랜드다. “원칙이 승리하는 역사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이것이 나의 간절한 소망이자 정치를 하는 이유이다.” ‘노무현이 만난 링컨’에 나오는 대목이다. 노 전 대통령은 직접 쓴 링컨 자서전에서 원칙에 대한 소명 의식을 누차 강조한다. 서문에선 “옳다는 것이 패배하는 역사를 가지고, 이런 역사를 반복하면서, 아이들에게 옳은 길을 가라고 말하고 정의는 승리한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가”라고 묻는다. 지역갈등 해소를 위해 전념한 일생은 버리는 정치와 원칙이 만난 발자취다. ‘YS(김영삼) 시계’ 사건은 상징적 사례다.

노무현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2002년 4월 30일 상도동을 방문,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2년 4월 30일 노 후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을 예방했다. 노 후보는 YS에게 세 번 머리 숙였고 “3당 합당 때 제 판단이 틀렸을 수도 있다”고 했다. 특히 YS가 선물한 손목시계를 내보이며 “총재님(YS) 생각날 때는 꼭 차고 다녔다”라고도 했다. ‘YS 시계’ 사건은 역풍을 불렀다. “3당 합당은 야합”을 외치던 노무현 이미지가 흔들리고 ”지역주의를 부활시킨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노 전 대통령은 지지율 급락과 당내 분란 등으로 한동안 고난을 겪었다.

 

노 전 대통령은 ‘원칙 있는 승리’를 가장 좋아했다. 그게 어렵다면 ‘원칙 있는 패배’가 ‘원칙 없는 승리’보다 낫다고 했다. ‘원칙 없는 승리’는 경멸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연합뉴스

◆무원칙한 추 장관의 ‘윤석열 때리기’ 

 

노무현정신 계승을 자부하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 문 대통령은 그동안 그렇게 해왔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충돌한 올해 1년 정국을 보면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내로남불’은 일상이 됐고 내 편, 네 편 편 가르기로 나라가 쪼개진 상태다. 

 

문 대통령이 ‘대역’으로 내세운 추 장관은 노무현 정신과는 정반대의 행보로 일관해왔다. 헌정사상 최초로 검찰총장 직무를 정지하고 징계를 요청한 것은 각종 위·탈법 논란에 휩싸였다. 참여정부 시절 딱 한 번 행사된 수사지휘권을 몇 번이나 휘두른 건 권한 남용 소지가 다분하다.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도 위법 시비를 낳았다. 앞으로 나오기 힘든 신기록을 몇 개나 거머쥐었다. 인사권으로 특정 지역 출신 검사들을 중용해 윤 총장 몰아내기에 앞세운 것은 치졸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원칙도, 절차도 무시한 막무가내 스타일이다. 윤 총장과의 대결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겠다는 결기가 역력하다. 추 장관이 지난 3일 페이스북에 노 전 대통령 영정사진을 올리고 검찰을 비판한 것은 코미디다. 자신이 ‘노무현 유산’을 거덜 내고 있는 걸 모르는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노 전 대통령은 뭐라고 했을 거다”  

 

원조 친노인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추·윤 갈등’과 관련해 “노 대통령은 틀림없이 뭐라고 했을 거다. 아마도 당사자에게 직접”이라고 밝혔다고 중앙일보가 6일 보도했다. 문 대통령의 침묵과 비교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방역과 민생에 너나없이 마음을 모아야 할 때 혼란스러운 정국이 국민들께 걱정을 끼치고 있어 대통령으로서 매우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추·윤 사태를 사실상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처음인 사과 메시지는 사태를 방관한다는 비판 여론과 지지율 급락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근본적 해결책이 없으면 위기는 더 커질 수 있다. 분수령은 10일로 예정된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다. 징계위가 윤 총장 중징계를 결정하고 추 장관이 해임을 건의하는 시나리오가 현재로선 유력하다. 문 대통령이 해임을 수용하면 일단 검찰과의 전쟁을 끝낼 수 있다. 그러나 윤 총장 징계가 무원칙한 추 장관이 강행한 것인 만큼 문 대통령에겐 낙인으로 남을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경멸했다는 ‘원칙 없는 승리’의 딱지가 붙는 셈이다. ‘노무현 유산 탕진’의 책임론이 문 대통령에게 쏠리게 되는 것이다. 

 

허범구 기자 hbk10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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