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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도어락… 인간을 감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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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2-11 15:34:18 수정 : 2020-12-11 19: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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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차장서 테슬라 모델X 충돌·화재사고
수능일, 아파트 현관문 자동문 고장으로 119 출동
지난 12월 9일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온 테슬라 승용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압하고 있다. 용산소방서 제공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하는 전자방식이 때로 인간에게 치명적 위해를 가한다. 지난 9일 서울 용산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테슬라 모델X의 충돌·화재사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어디 전기차 뿐일까. 요즘 어느 아파트에나 설치된 전자식 도어락(doorlock)이 고장나면 아파트가 감옥이 될 수도 있다. ‘전자장치의 역습’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 3일 대구한 아파트에서는 현관 자동문 고장으로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을 앞둔 수험생이 시험장 도착이 늦어질 뻔한 일이 었었다. 119 신고를 접수한 소방대원이 출동해 베란다를 통해 수험생을 집 밖으로 안전하게 데리고 나와 다행히 시험시간에 늦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수능 때도 경기도 남양주의 한 아파트에서 고사장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서려던 A양이 현관문이 열리지 않아 119대원들 도움으로 입실시간 2분을 남긴채 고사장 안으로 들어간 일이 있었다.

 

요즘에 짓는 아파트는 물론이고 사무실이나 식당 등 어느 곳이든지 전자식 도어락이 설치돼 있다. 전자식 도어락은 비밀번호를 누르거나 지문을 인식해 들어가고 나면 문이 자동으로 잠기는 편리한 장치다. 깜빡 잠금장치를 하는 걸 잊었다가 문이 잠기지 않는 걸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전자식 도어락이 화재나 열로 고장나는 경우 안에서 밖으로 문을 여는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건전지가 소모되거나 부품이 파손되더라도 작동하지 않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송규 안전전문가는 “전자식 도어락이 안전을 지켜주는 장치이지만 정작 화재 등 상황에서는 아무도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사실상의 ‘감옥’을 만들어 버린다”면서 “비상 상황에서는 수동 손잡이를 열고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오후 9시43분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하하다가 주차장 벽면과 충돌해 화재가 난 테슬라 모델X 롱레인지는 반대로 밖에서 차량 문을 열 수 없는 구조였다. 

지난 12월 9일 테슬라 승용차에서 발생한 화재가 진압된 모습. 용산소방서 제공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전기차인 테슬라는 차량 외부에 문을 여는 손잡이 자체가 없다. 일반 차량의 손잡이 지점을 누르면 전자식으로 열리는 시스템이다. 물론 차량 안에서 레버로 열 수는 있는데 차량 밖에서는 전력이 끊겼을 때 문을 열 수가 없다. 구급대원들이 문을 열지 못해 뒤쪽 트렁크쪽으로 조수석에 있던 차량 주인을 꺼낼 수 있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이번 사고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 화재에 이어 전기차에 대한 다양한 숙제와 시사점을 남겼다”면서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이 더 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완성차 업체를 비롯한 관련 업계에도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강진·이정우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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