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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피해 호소인’ 지칭 논란에 “법적으로도 생소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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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16 20:00:00 수정 : 2020-07-16 16: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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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피해 호소인' 용어, 정치적으로 사용된 듯"… 야권에서는 '2차 가해' 주장
가해자 책임 흐리지 않는 신중한 표현 사용 필요 지적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연합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진상규명에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이 불거지자 민주당 지도부가 해명에 나섰다. 박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 A씨에 대한 호칭 문제를 놓고서도 논란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15일 SNS를 통해 “피해 고소인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를 드립니다”라며 진상규명 및 방지대책 마련을 약속하는 글을 올렸다. 같은 날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피해 호소인이 겪은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피해 호소 여성이 느꼈을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피해 고소인’ 및 ‘피해 호소인’이란 박 시장을 지난 8일 성추행 및 성폭력처벌법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전직 비서 A씨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A씨를 ‘피해자’로 정확히 지칭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과거에도 당내 성범죄 관련해 ‘피해호소인’ 표현 사용

 

과거 민주당 내에서 성범죄 의혹이 나왔을 때에도 같은 표현이 사용됐다.

 

지난 1월 민주당이 총선에 대비해 영입했던 원종건 씨는 데이트폭력 관련 ‘미투’ 폭로가 나오자 자진 사퇴했다. 당시 민주당은 “피해 호소인을 비롯한 상처 입은 모든 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원종건씨. 뉴시스

지난 2018년 우건도 전 충주시장에 대한 미투 폭로가 나왔을 때도 민주당 측은 “중앙당 젠더특위(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가 피해 호소인과 가해 지목인 조사를 거쳐 심사 중에 있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당시 우 전 시장은 14년 전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여성과 합의서를 작성한 뒤 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했다.

 

성범죄 피해자 변호를 주로 맡는 한 변호사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피해 호소인이란 표현은 법률적으로도 생소하다”며 “사실관계가 확실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야권에선 이런 표현이 ‘2차 가해’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히는 상황에서 굳이 호소인이란 간접적 표현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미래통합당 유의동 의원은 지난 15일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피해자를 ‘피해 호소 여성’이라고 하는 것은 혐의 사실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일부러 의도적으로 강조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2차 가해를 더 조장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청 시장실 앞에 환하게 웃고 있는 박 시장의 사진. 뉴스1

◆ “성범죄 전반에 표현 사용 신중해야”

 

일각에선 박 시장 성추행 사건을 두고 ‘미투’라고 표현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SNS 등 창구를 통해 잇달아 성범죄 피해사실을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미투 운동이었다. 지난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방송에 나와 폭로한 뒤 이튿날 고소한 김지은씨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같은 해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안태근 전 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서지현 검사도 비슷한 사례다.

 

A씨는 별도의 공론화 과정 없이 정식으로 고소 절차를 먼저 밟았다.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입증해야겠지만 기본적으로 증거자료가 있어야 고소 성립이 가능하다.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이라 치부하기 어렵단 것이다. 이런 점에서 피해호소인이란 표현을 더욱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내 성희롱을 비롯해 다수의 노동분쟁 사건을 맡아온 변호사는 “박 시장 성추행 피소 사실은 피해자의 공론화 때문이 아니라 그의 실종을 계기로 알려진 것이라 엄밀히 말해 미투 운동이라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낸 것이라며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범죄심리학자인 경기대 이수정 교수는 지난 13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상당한 증거들이 복원된 것으로 보인다”며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받은 사진 한 장이라도)구체적 증거가 있다면 피해자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피해자를 비롯해 사건 자체를 지칭할 때도 가해자 책임을 흐리지 않는 신중한 표현 사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혜원 기자 won015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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