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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이 말한 ‘K컬처의 힘’ : 다양성의 언어 [이지영의K컬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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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06 22:58:13 수정 : 2025-11-06 22: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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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 RM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무대에서의 연설은 K팝의 성공을 국가의 성취로만 환원하려는 시선을 넘어, 문화가 지닌 포용성과 다양성의 힘을 강조한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일부 담론은 한류를 국위선양의 도구로, 문화의 세계화를 애국주의적 성공 서사로만 이해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관점은 문화의 본질을 오히려 축소하는 위험을 내포한다.

 

애국주의적 한류 담론은 문화의 흐름을 경쟁과 우월성의 언어로 포장한다. ‘한국의 것이 세계를 제패했다’는 서사는 자부심을 고양하지만, 동시에 문화의 교류를 일방적 수출로 환원하며 타 문화를 배척하는 정서를 키운다. 그러나 RM이 강조했듯 K팝의 힘은 한국 고유의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비빔밥처럼 다양한 문화 요소가 섞이며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내는 융합의 미학’에 있다. 문화는 결코 고정된 정체성을 강화하는 장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것이 만나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하는 열린 장(場)이다.

 

RM은 연설에서 비영어권 음악으로서의 K팝이 겪어온 장벽을 솔직하게 회상한다. 그는 K팝이 세계에 통용될 수 있었던 이유를 국가적 전략이 아니라 팬덤의 자발적 연대, 즉 ARMY의 국경 없는 포용성에서 찾는다. 이는 국가나 산업이 만들어낸 효율의 결과가 아니라, 다양한 정체성이 공존하며 만들어낸 문화적 생태계의 성취다. 애국주의적 서사가 종종 배제하는 타자의 자리를, K팝은 오히려 그 중심에 두었다.

 

오늘날 K컬처의 진정한 의미는 국경을 넘어 다양성을 실천하는 데 있다. RM의 말처럼, 문화는 “막힘없이 흘러 어딘가에 전달되고, 조화롭게 합쳐져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생명체다. 문화의 생명력은 경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고 그것을 창조적으로 융합하는 데서 비롯된다. 따라서 한류를 단지 한국의 경제적 브랜드나 외교 자산으로만 이해하는 시각은 문화의 이러한 창조적 본질을 훼손한다.

 

K팝의 세계적 성공은 단일한 한국성의 승리가 아니라, 다양성을 향한 개방의 결과다. 이제 우리가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국가의 힘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가 만나 만들어낸 공존의 미학이다. 문화의 진정한 힘은 국기를 흔드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언어와 경계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게 하는 다름의 언어, 바로 다양성 그 자체다. K컬처의 다음 단계는 이 다양성을 지키고 확장하는 데 있다. 그것이야말로 세계가 공명한 ‘BTS의 언어’이자, 한국 문화가 앞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을 이유다.

 

이지영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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