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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예배 가능한 한국교회는 10%뿐이다? [FACT IN 뉴스]

입력 : 2020-08-30 10:00:00 수정 : 2020-08-30 16: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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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한국교회평신도지도자협회 주최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강무영 평신도지도자협 대표회장이 현장예배 중요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면서 정부와 기독교단체가 예배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 생명이 우선”이라며 대면 접촉을 규제하는 정부의 방역수칙과 “종교의 자유가 먼저”라며 대면 예배를 고수하는 일부 교회의 강경 입장이 충돌해서다. 부산기독교총연합회(부기총) 소속 교회들은 부산시의 현장예배 금지 조치에 반발하며 지난 23일 주일예배를 강행했다. 당시 부기총 임영문 목사는 취재진과 만나 “한국에서 비대면 예배를 할 수 있는 교회는 10%도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다수 한국 교회가 비대면 예배를 의도적으로 ‘안’하는 게 아니라, 상황이나 여건의 한계로 ‘못’하는 것에 가깝다는 취지로 읽힌다. 세계일보는 28일 이 같은 교회 측 주장을 살펴봤다.

 

◆교회 비대면 예배, ‘안’하는 것? ‘못’하는 것?

 

교회에서 비대면 예배를 할 수 없다는 발언의 근거는 무엇일까. 임 목사는 28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대부분 교회에 비대면 예배를 위한 설비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나 카카오 등 플랫폼으로도 실시간 (온라인) 예배가 가능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성경에 따르면 교인과 목사가 직접 대면하지 않고 지정된 장소에 모이지 않는 예배는 진정한 예배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비대면 예배를 진행하고 있는 성도 50명 이하 소형교회 측의 이야기는 달랐다.

 

30여 명의 성도가 있는 수원 소재 호매실교회 임근택 담임목사는 “비대면 예배에는 핸드폰이나 노트북만 있으면 충분하고, 그 외의 장비나 전문적 기술은 필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대단한 장비가 없어 실시간 영상 송출 정도가 최선이라 참석률이 점점 떨어지는 게 고민이긴 하지만, 소형교회라고 해서 비대면 예배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곤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비대면 예배를 시작한 A씨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면서 현장예배를 병행했고 지난주부터는 비대면 예배로 완전히 전환했다.

 

지난 25일 오후 광주 북구 각화동 모 교회에서 교인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성도가 10여 명인 한 소형교회 담당목사 A씨도 올해 초부터 비대면 예배를 진행했다. 초기에는 유튜브에 예배 영상을 게시하다 얼마 전부터는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 ‘웹액스’를 활용하고 있다. A씨는 “설비비용이 많이 들지도 않고 방법도 아주 간단한데, 나이대가 높은 목사님들은 단순히 어떻게 하는지 몰라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통 3사가 중소형 교회 대상으로 공동 작성한 ‘온라인 종교활동 이용가이드’를 봐도 마찬가지다. 가이드에 따르면 비대면 종교활동을 위해 필요한 장비는 휴대폰이나 노트북 카메라와 마이크, 삼각대 정도다.

 

목사들은 “비대면 예배는 진정한 예배가 아니다”라는 임영문 목사 주장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임근택 목사는 “재난상황에선 다른 관점으로 봐야 한다”며 “타인의 생명을 존중하는 게 교회가 해야 할 일이라 본다”고 주장했다. A 목사도 “질병이 유행하는 상황에서는 비대면 예배에 동참하는 게 이웃을 사랑하자는 성경의 취지에 보다 걸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하면 한국교회 90%가 비대면 예배를 할 수 없다는 임영문 목사 주장은 과장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5일 오후 광주 북구 각화동 한 교회에서 교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체 채취가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 방역수칙 지키면 현장예배해도 된다?

 

기독교단체는 정부가 교회에 유독 엄격하다고 주장한다. 소수 교회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전체 교회 예배를 금지하는 건 지나치다는 시각이다. 지난 22일 부기총이 지역 기독교연합회 16곳과 지역교회 1800여 곳에 보낸 공문에는 “정부가 제시한 7대 방역수칙(마스크 착용, 발열체크, 손 소독제 사용, 참석자 간 1~2m 거리 유지, 집회 전후 소독 및 환기, 단체 식사 금지, 출입 명부 작성)을 철저히 지켜 현장예배를 드리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간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봤을 때 더 이상 교회 측 자율적 조치에 따른 방역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26일 오전 집단 감염이 발생한 인천 서구 주님의 교회 모습. 뉴스1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코로나19 유행 국면에서 교회 집단감염이 큰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일단 수적으로 기독교 신자가 다른 종교보다 압도적으로 많지 않나, 그만큼 모임이 잦아 확진자 발생이 쉽다보니 필요한 조치일 뿐 종교 탄압이라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최원석 교수도 “방역수칙을 다 지켜 예배를 해서 전파위험이 낮아진다면 좋겠지만, 예배 자체를 막지 않으니 소모임이나 식사 등에서 확진자가 여럿 나오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비대면 예배에 적극 동참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믿음을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박혜원 인턴기자 won015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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