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션버그는 제목인 ‘모노그램’이 첫 글자들을 따서 조합해 놓은 문자인 것처럼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주운 재료들을 모아서 작품에 사용했다. 버려진 박제 염소의 배 위에 폐타이어를 끼워 넣고, 주워 모은 나무판자 위에 색을 칠해서 사물과 회화적 요소가 합쳐진 작품을 만들었다. 잡다한 것들을 모아서 결합했다는 점에서 아상블라주라고 불리고, 사물과 물감자국 같은 회화적 요소를 결합했다는 점에서 콤바인 페인팅이라고도 불린다.
이것도 예술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뒤샹이 소변기 같은 기성품을 사용해서 예술의 부정이라는 메시지를 나타냈다면, 라우션버그는 폐품들 사이에 관계나 형식을 만들어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제시하려 했다. 그는 일반 사람이 외면하고 무시하고 무가치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들 속에서 새로운 예술적 가치를 찾아내고 부여하려 했다. 라우션버그의 시도 이후 폐품이나 버려진 사물들을 결합해서 예술적 가치를 찾는 정크 아트도 나타났다.

여기엔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는 한 사회의 성격이 그 사회에서 버린 쓰레기들을 보면 드러난다고 생각했다. 그것들이 조합된 풍경이 그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의미를 암시하려 했다. 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것들이 모여서 동등한 가치를 갖게 되는 장소라는 뜻도 나타내려 했다. 여러 인종들이 모여서 살고 있는 뉴욕이 그렇고, 의식과 무의식이 서로 충돌하면서 함께 하는 인간의 내면세계도 그렇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너무 극단적인 대립만으로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자기만 있고, 남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연말이 다가온다. 주변을 둘러보고 나 중심으로만 살아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면 어떨까. 이 작품을 보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나와 다른 남도 보면서 내가 외면하고 무시하려 한 것들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보려 하고 찾으려 한다면 좀 더 편안한 연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