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사혁신처는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을 아우르는 범정부 균형인사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작년에 수립한 제1차 균형인사 기본계획은 적용 대상이 중앙부처에 국한돼 아쉬운 점이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추진계획은 분절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정확한 현황의 파악도 쉽지 않았던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균형인사정책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추진할 기반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하며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의 균형인사정책은 여성에 대한 균형인사에서 시작해 장애인, 지방인재, 이공계 등으로 확대되면서 소수집단의 공직 진출을 지원하고 인사관리상 차별을 없애는 것을 주 내용으로 추진돼 왔다. 그러면 중앙부처의 경우 균형인사정책이 현재까지 어느 정도 성과를 내었다고 할 수 있을까. 답은 ‘아직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이다.

채용에서 균형인사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 공무원 시험에서 합격자 중 여성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여성합격자가 50%를 넘는다는 뉴스도 이제는 어색하지 않다. 지속적인 여성합격자의 증가로 하위직 혹은 중간관리직의 경우 여성 공무원의 비중이 과거에 비하여 매우 높아졌다.
하지만 고위직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여성 고위공무원 평균비율은 2015년 현재 32.5%다. 반면 우리의 경우 이번에 발표된 계획에 따르면 여성관리자 임용목표가 정상적으로 추진된다 하더라도 2022년이 돼야 10%가 된다. 또한 영국 이코노미스트에서 발표하는 직장 내 여성차별 수준을 말하는 유리천장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2013년 발표 이래 한번도 OECD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범정부 균형인사정책 수립을 계기로 삼아 이제는 균형인사정책을 향후 어떻게 이끌고 가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균형인사정책을 중요시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정부의 구성이 사회의 구성을 대표할 때 정부가 국민의 뜻을 잘 반영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대표관료제가 첫 번째 근거이다. 두 번째는 다양성 관점이다. 정부 조직 구성의 다양성이 높을수록 다양한 시각으로 사회 문제의 파악과 해결책의 모색이 다양한 시각으로 이루어져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정부가 될 수 있다.
이미 주요 선진국은 물론 대부분의 민간 기업에서는 대표관료제의 관점을 넘어 다양성 관점에서 인적자원 관리를 하고 있다. 조직 내 다양성을 조직경쟁력의 핵심 요인으로 보고 다양성 수준을 높이고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관리해 조직 성과를 제고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반대로 다양성이 낮은 기업이 도태된 경우도 많다. 하버드 대학 출신 엘리트들로만 이루어진 엔론이 집단사고의 덫에 걸려 파산한 것을 보면 다양성의 확보와 활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다.
그동안 우리의 균형인사정책은 대표관료제 관점 위주로 추진됐고 다양성 관점은 아직 충분하게 반영되고 있지 않다. 이제는 다양성 관점을 강조하는 균형인사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단순하게 인적 구성의 비율면에서 균형을 추구하는 접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조직의 다양한 인적자원이 정부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직 내 여성의 약진이 갈등의 원천이 아니라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다양성 관리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이근주 이화여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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